시속 2만㎞서 7분 만에 0 감속
성공률 40% 터치다운에 환호
화성의 핵 살아있는지도 탐사
고작 5m 탐사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책임연구원은 “화성 지표면 아래 5m까지 파고 들어갈 경우, 1m당 화성 지열의 변화 추이를 탐사할 수 있다”며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화성 지진의 파동도 함께 관찰하면 화성의 핵이 얼마나 활성화되어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인사이트가 조사할 ‘화성 핵의 활성화 정도’는 향후 유력한 식민지로 거론되는 화성에 생명이 거주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단서가 된다. 최기혁 책임연구원은 “핵 활성화로 지각 운동이 발생해야 행성 내 원소가 순환된다”며 “지구에서 생명이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지구가 수억 년에 걸쳐 지각 운동을 하며 지각 아래 원소가 지표면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는 자체적으로 탑재한 지진계 SEIS와 열 감지 장비 HP3를 이용해, 향후 2년에 걸쳐 지열과 지진활동을 감지해 화성이 어느 정도 ‘살아있는’ 행성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또 RISE라는 X-밴드 안테나 2개를 이용해 화성이 자전할 때 발생하는 ‘흔들림(wobble)’을 측정해 화성의 핵이 액체인지 고체인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화성 지질탐사로 유인 화성 탐사를 위한 직접적인 준비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진영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우주기업이 이미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을 공식화한 만큼, 이를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질의 특성을 조사하면 향후 우주인들이 거주하며 연구할 수 있는 ‘거주 모듈’을 화성에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게 황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편 이 같은 유인 화성 탐사 준비는 이번 인사이트 호가 ‘대기권 진입·하강·착륙(EDL)’이라는 초고난도의 착륙 과정을 소화해내면서 가능해졌다.
화성의 대기권은 두께가 지구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얇아, 대기와의 마찰로 자연스러운 속력의 감소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속 1만9794㎞의 속력으로 날아가던 인사이트는 약 128㎞ 두께의 화성 대기를 6분 30초 만에 통과하면서 속력을 ‘제로’로 줄여야 했다. 성공률이 약 40% 남짓인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인사이트는 이른바 ‘공포의 7분’을 극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