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KT의 관리 부실이 문제였지만 국가 기간시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점에서 정부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현재 전기·통신·상수도·가스 등 생활 관련 중요 공급 시설을 모아놓은 지하 공동구는 국가에서 관리하지만 개별 통신선로는 해당 통신사가 관리한다. 정부는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통신선로를 A, B, C, D의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A~C 등급은 통신망이 손상될 때를 대비해 백업 시스템을 갖추도록 이원화돼 있지만 D등급은 이런 의무가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KT 아현지사는 D등급인데도 엄청난 통신대란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등급 산정 기준이 현실에 맞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KT의 전국 통신망 중 아현지사와 같은 D등급이 27곳에 달한다. D등급 거점도 전수조사해 백업시스템 의무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하 공동구뿐만 아니라 개별 통신망 거점도 화재나 테러에 취약하다는 점이 이번에 드러났다. 정부와 통신사는 지진 등 재해 때 광역기지국을 가동하는 일본 이동통신사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지국 하나가 재해로 먹통이 돼도 인근 다른 광역기지국이 커버해 통신두절 사태를 막는 시스템이다. 선박형 기지국도 최근 지진 때 활용됐다.
나아가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관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크기가 작은 지하 통신구의 소방시설 규제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동 화재탐지 설비와 자동 진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번 화재도 초기에 진압할 수 있었다. 통신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통신시설의 안전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