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후 불과 5개월이 채 되지 않는 이달 초.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수개월째 미뤄 오던 중학교 무상급식 계획을 발표했다. 공약과는 크게 다른 “중학교 1학년만 대상으로 한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시와 교육청은 “한꺼번에 늘어나는 소요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장 지역 내에서는 ‘공약 후퇴’ 논란이 일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생각보다 컸다. 이들은 ‘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촉구하는 대구시민행동’이란 단체를 구성해 연일 집회를 열었다. 학부모들의 여론을 의식한 지방의원들도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의 결정을 질타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곡절 끝에 중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하기로 한 대구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약 후퇴’를 문제 삼는 쪽은 재정 자립도를 근거로 든다. 2017년 기준으로 대구의 재정자립도는 58.41%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55.23%) 보다 높다. 부산(59.33%)·광주(54.12%)·대전(57.83%) 등 재정 규모가 비슷한 지자체도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대구보다 크게 낮은 전북(30.29%)이나 강원(30.85%)은 중학교는 물론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갈팡질팡 공약이행’을 문제 삼는 쪽은 애초 공약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소요 예산을 미리 잘 따져봤다면 급식 대상이 줄었다 늘었다 하는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산 부족을 알았다면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었던 셈이고, 예산 문제가 아니라면 실천 의지가 없는 사안을 포퓰리즘에 기대 앞세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약이 실천을 전제로 하지 않은 채 등장했을 때 지역 사회가 어떤 혼란을 겪는지 이번 사례는 생생히 보여준다.
김정석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