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활발한 외교 행보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의전비서관실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를 기획·총괄하며 순방 등 외교 행사의 경우 외교부 의전장실과 협업을 한다. 그런데 최근 외교 행사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이 불거지면서 대통령 의전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대통령, 아셈 촬영 불발 불만 표시
청와대 “엘리베이터 못 잡아” 해명
전문가 “의전팀, 펜스 도착 지연 때
대통령 다른 방 대기 안내했어야”
평양선언문 네임펜 서명도 논란
전직 의전장 출신 인사는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때는 양측이 같은 형태의 펜을 사용해서 비슷한 굵기와 색깔로 서명의 모양새가 깔끔해지도록 한다”며 “평양 회담 장면을 보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7년 10·4 선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몽블랑 만년필로 서명했다. 당시 의전비서관실은 국산 만년필 업체를 수소문했지만 결국 몽블랑 만년필에 ‘2007 남북 정상회담’을 새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한다.
다자회의 의전 관례를 보면 청와대 해명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기념촬영이 1시간 넘게 지연되면서 이후 연설을 준비하기 위해 9층에 머물렀다. 주최 측 연락을 받고 촬영장소로 이동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청와대 관계자도 “엘리베이터 한 대가 3~4인승 규모로 매우 협소해 이동에 제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전 전문가들은 다자회의 때 제일 중요한 사항이 엘리베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직 의전비서관실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크기가 작으면 그에 맞춰 대비를 했어야 한다”며 “다자회의장은 물론이고 뉴욕 유엔총회 기간 때 10여 개국 정상들이 동시에 투숙하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같은 고급호텔에서도 각국 의전팀과 경호팀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엘리베이터를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아셈 측이 각국에 배치하는 국별 연락관(리에종 오피서·Liasion officer)이 좀 더 정교하게 대응하지 못한 잘못이란 지적도 있다.
당시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펜스 부통령의 직전 일정(미·아세안 정상회의)이 지연되면서 두 사람의 면담 시간도 30분 미뤄졌다. 문 대통령은 예정 시간보다 36분 뒤인 오전 11시6분쯤 면담장에 먼저 도착해 11시19분 펜스 부통령이 도착할 때까지 약 13분 동안 그를 기다렸다. 참모진과 담소를 나누던 문 대통령이 잠깐 눈을 감은 것은 약 10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필 그 장면이 대만 싼리(三立)TV에 보도되면서 국격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과거 정부에서 의전 업무 경험이 많았던 한 인사는 “대통령이 다른 장소에서 대기하다 입장하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먼저 입장해 다른 나라 고위급 인사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에는 카메라 위치나 동선 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의전 전문가들은 “의전에 대한 국민 관심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면서도 “현재는 스마트폰과 SNS가 보편화된 만큼 화면에서 보이는 대통령 동선에 보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직 의전장 인사는 “의전뿐만 아니라 경호와 취재 지원을 포함한 공보 파트까지 세 분야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교관 아닌 운동권 출신 의전비서관 기용
지난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포용국가 전략회의’ 당시 문 대통령이 예정 동선에서 벗어나 책상을 손으로 짚고 넘어가자 김 비서관이 혀를 내밀면서 난감해하는 표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현 청와대가 외교 의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비전문가들을 의전비서관실에 배치한 게 의전 논란을 야기한 하나의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