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족 전원’ 조항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가 나서 가족의 범위를 환자의 부모나 자녀(직계 1촌 이내)로 제한하도록 법을 고쳤다. 23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 28일 시행한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이다.
내년 3월 연명의료 중단 기준 완화
환자 뜻 모를 때 가족 동의 범위
배우자·부모·자녀 등 직계로 좁혀
촌각을 다투는데, 손자녀를 찾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서 가족임을 확인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그 새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다. 이런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자 국회에서 법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법에 따라 환자 가족 중 배우자와 자녀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다. 이들이 없으면 2촌 이내의 직계 존속·비속(조부모·손자녀)이 나서고, 이마저 없으면 환자의 형제·자매가 동의서에 서명하게 된다.
이번 개정으로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줄이는 길이 넓어지긴 했지만 환자의 자기 결정 권한이 더 침해받게 받게 됐다. 마지막을 어떻게 맞을지 선택하는 권한은 오로지 본인에게 있다는 반론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2월 이후 이달 3일까지 2만4331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했고, 이 중 환자 가족 전원 합의가 8833명(36.3%)로 가장 많고 가족 2명이 부모의 생각을 대신 진술한 경우가 30.6%다. 3분의 2가 가족이 결정했다. 환자가 서명하는 연명의료계획서·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39.4%에 지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에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 행위를 3개 추가하기로 했다. 지금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개가 대상이다. 연명의료법 시행령을 고쳐 수혈·승압제(혈압 높이는 약)·에크모(체외생명유지술) 등 3개를 추가한다. 복지부는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가 끝나는 대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내년 3월 시행할 방침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