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애로 직격탄을 맞은 서울 마포-공덕은 주말 내내 마비된 모습이었다.
마포역~공덕역 일대에서는 KT 인터넷은 물론 전화‧문자도 먹통이었다. 마포역 인근 대부분의 가게에는 ‘KT 통신장애로 현금결제‧계좌이체만 받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도화동의 한 분식집 관리자 김모(44)씨는 “일요일 점심이면 보통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도 계속 ‘띠링띠링’ 울리는데 지금 조용하다”면서 “가게 전화도 먹통이고, 손님들도 KT 핸드폰이면 배달 앱 주문도 못 하고 하니 어제 배달도 절반뿐이었다”고 전했다.
'외상, 추가회선' 동원해 살길 찾은 시민들
궁여지책으로 아예 회선을 새로 만들어 쓰는 곳도 많았다. 공덕역 인근 한 편의점에서는 “처음엔 기계문제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재난문자를 보고 아예 회선을 바꿔 계산기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편의점도 아직 택배 접수와 로또 구매는 되지 않고 있었다. 주말에 사람이 몰리는 도화동의 유명한 커피집 ‘프리츠’도 “어제 1시간~1시간 반 정도 결제가 안 돼서 현금‧계좌이체 매출 수기로 적고.. 주말 낮에 원래도 바쁜데 더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카드 결제가 되는 가게는 ‘카드 결제됩니다’라고 광고처럼 써 붙여놓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대신 "카드 결제 안 됩니다"
배달 비중이 큰 음식점들의 타격이 컸다. 일식집의 임모(27) 매니저는 “하필 장사가 제일 잘 되는 토요일에 사고가 나서 지난주 토요일 대비 매출이 30%정도 준 것 같다”고 했다. 낚지볶음 가게의 이모(23) 매니저도 “어제 매출 105만원인데, 이는 그 전주 토요일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아예 매장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승헌(33)씨는 “우리는 배달 주문 위주로 받는 매장인데 어제는 배달 주문 자체가 안 들어와 오후 3시쯤 문을 닫았다"며 "배달 앱이랑 연동된 포스와 전화가 모두 먹통이라 주문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어제 하루 4건 배달했다. 토요일 대목에 눈 뜨고 앉아서 150만원 매출 손실을 본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재난안전문자에 안내되지 않았던 여의도 일대에서도 '카드결제 불능'으로 상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여의도의 한 중국집 사장 박춘성(63)씨는 “전화가 먹통이라 주문이 안 되니까…어제는 낮 12시까지 들어온 주문밖에 못 받았다. 평소 배달 주문의 절반 수준, 오후에는 배달 없어서 놀았다”며 “평일 점심시간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여의도역 인근 식당을 운영하는 황영숙(56)씨도 “오늘 오전까지 카드결제가 안 됐다. 아침에만 해도 두 팀이나 ‘카드 안된다’ 듣고는 그냥 나갔다”며 “여의도도 이 근처는 다 카드기 끊겼던데, 재난안전문자에는 영등포구는 얘기도 없더라”며 황당해했다.
김다영‧김정연‧정진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