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배고프고 예민한 멧돼지…일몰 이후가 가장 위험

중앙일보

입력 2018.1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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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북한산국립공원에서 포착된 멧돼지 무리.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겨울철에 도심권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멧돼지의 밀도가 여름철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겨울철은 교미 시기와 겹쳐 멧돼지의 성질이 난폭해지고, 먹이가 떨어진 개체들이 탐방로나 민가로 내려올 확률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한산과 경주, 계룡산, 무등산 등 도심권 4개 국립공원의 멧돼지 서식 실태를 2016년부터 최근까지 분석한 결과, 멧돼지 서식 밀도가 여름철에 정점을 찍고 겨울철에는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올해 월평균 멧돼지 밀도는 북한산은 ㎢당 1.4마리, 경주 1.2마리, 계룡산 1.8마리, 무등산 1.8마리로 나타났다.
 
멧돼지 밀도가 가장 높은 시기는 새끼가 태어나고 어느 정도 자라는 7~8월이었다. 북한산이 2.2마리/㎢, 경주 1.9마리/㎢, 계룡산 2.7마리/㎢, 무등산 2.7마리/㎢로 조사됐다. 


멧돼지의 임신 기간은 120일 안팎으로 한 번에 5~10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새끼의 첫해 사망률은 45~5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짝짓기 시기에 예민해진 멧돼지 ‘위험’ 

겨울철에는 먹이가 부족해 멧돼지가 탐방로나 민가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하지만, 겨울철에는 탐방로나 민가 주변에 먹이를 구하려는 멧돼지가 출현하기 때문에 마주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멧돼지는 겨울철에 눈을 피해 서식지를 이동하면서 숲속에서 주로 식물 뿌리를 먹지만, 먹이가 부족한 경우 민가로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경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심 국립공원의 경우 겨울철에 먹이를 찾아 출몰하는 멧돼지를 발견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겨울철에 멧돼지의 서식 밀도가 높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멧돼지의 교미 기간인 11월~1월에는 멧돼지가 흥분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멧돼지가 주로 출현하는 시간대는 일몰 직후인 오후 7시~8시 사이로 하루 중 21%를 차지했다. 반면, 가장 적은 시간대는 오전 11시~12시 사이로 출현 비중이 3% 미만에 그쳤다.  
   
산행 중 멧돼지를 만난다면?

멧돼지 발견시 행동요령.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산행 중에 멧돼지와 마주치면 침착하게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멧돼지의 움직임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뛰거나 소리치면 멧돼지가 오히려 놀라 공격할 위험이 높다.
 
공격받을 위험을 감지하면 멧돼지가 올라오지 못하는 높은 곳으로 신속히 이동하거나 가진 물건(가방 등)을 이용하여 몸을 보호한다. 

 
멧돼지에게 돌을 던지거나 큰 소리를 내는 등 주의를 끄는 행동을 하지 말고, 절대 무리하게 멧돼지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김 연구원은 “정규탐방로가 아닌 장소에서 진흙목욕탕이 발견되거나 능선 및 사면에 있는 침엽수나 참나무에서 비빔목이 확인되는 지역은 멧돼지의 출현 확률이 매우 높은 곳으로 이러한 곳의 불법 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