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1년 전 OECD가 한국 경제 ‘하방 위험’으로 꼽았던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OECD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3% 아래로 내려간 이유에 대해 “고정 투자와 고용 하강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OECD는 당시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고용 분야 지표를 중심으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취업자 증가 규모는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째 10만명대 이하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취업자 증가율(31만6000명)을 크게 밑돈다. 특히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숙박음식업은 지난달 9만7000명 줄며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그런 만큼 OECD는 이번 전망에서 “고용과 성장에 부정적인 효과(negative effects)를 피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16.4%)와 내년(10.9%) 같은 급격한 상승률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1년 전 “생산성 제고가 뒷받침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비용 증가는 한국의 경쟁력을 약화(weaken)할 수 있다”는 언급에서 한 발 더 나갔다.
OECD가 했던 또 다른 경고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 투자 부진’이었다.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은 기존 22%에서 25%로 올랐다. 미국 등 주요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었다. OECD의 우려대로 향후 미래 먹거리와 연관된 투자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올해 3∼8월 6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9월에 2.9% 오름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으로 투자 회복 시그널은 아니라는 평가다.
법인세 인상에 따른 악영향은 더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그나마 지난해에는 세계 경기가 좋은 편이었고 기업의 실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는 일부 반도체 회사를 제외하면 실적이 상당히 나쁘다”며 “세계 경기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 조치는 안 그래도 어려운 기업 사정을 더 나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한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2% 줄었다.
부작용이 가시화한 만큼 경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그간 정부가 여러 경제 전문가 및 기관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은 결과가 여러 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탄력 근로제 확대와 같은 보완책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서유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