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신화 한국 부동산시장, 저금리시대 끝나면 위기”

중앙일보

입력 2018.11.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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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위기가 온다면 한국 같은 수출 의존형 신흥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TCK인베스트먼트]

“한국 부동산 시장처럼 한 번도 큰 폭락을 겪지 않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보기 힘듭니다. 10년 저금리 시대 끝에 닥칠 위기는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 투자자는 부동산 위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경고다. 방한한 토포 회장을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TCK인베스트먼트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TCK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출범한 투자 자문사다.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과 토포 회장이 공동 설립했으며 영국과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다음은 토포 회장과의 문답.

글로벌 투자전문가 오하드 토포
부동산 폭락 겪은 적 없어 더 위험
강남아파트 30배 넘게 올랐다고?
최고수익 낸 곳만 보고 혹해선 안돼
글로벌 달러 자산 투자 서둘러야

위기에 대비해야 할 시점인가.
“하워드 막스 회장이 한 말이 있다. ‘위기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분석 결과 조만간 위기가 닥친다는 건 명백하다.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 없을 뿐이다. 지난 10년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에 없던 많은 사업과 투자가 일어났다. 금리가 올라가면 거품이 붕괴하게 될 것이다.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한국은 타격을 받게 돼 있다. 특히 부동산이 그렇다.”
 
한국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다. 지금도 강남 아파트 분양 청약에 수많은 한국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부동산 거품 붕괴 경험을 갖고 있는데 한국만 부동산 폭락을 겪지 않았다. 금리가 대폭 상승한 적이 없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다음 위기는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부동산 위기를 목도하게 될 거다.”
 
한국 자산시장이 부동산에 너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다.
“부동산은 유동성이 떨어진다. 한국처럼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큰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한국 부동산 시장은 다변화돼 있지 않다. 비슷한 성향의 투자자가 비슷한 수준의 자금을 가지고 비슷한 부동산에 투자했다. 동시에 매물로 나오면 팔려나가겠는가. 가격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투자 대안은.
“부동산의 특성에 반대되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다양한 국가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미국 달러화로 된 자산이어야 한다. 과거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마다 한국 증시는 내리고 달러화 가치는 올랐다. 한국 투자자로서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위기 시 달러 자산을 매도해 원화 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가.
“1989년 강남 부동산에 투자한 투자자는 지난해까지 투자금 대비 약 3배의 수익을 올렸고(KB국민은행 강남 부동산 가격지수 기준), 코스피 투자자는 약 4배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TCK인베스트먼트 자체 지표 기준에 따를 경우 글로벌 달러 자산에 고루 투자했다면 6배, 달러화 상승분까지 포함하면 약 10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80년대 후반 5000만원이던 은마아파트(101㎡ 기준) 값이 지금은 18억원이다. 30배 넘게 올랐는데.
“최고 수익을 낸 아파트만 따져봐서 그런 거다. 미국 기술주만 해도 50배 아니 100배의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도 있다. 최고가 아니라 평균을 냈을 때 추세가 그렇다는 얘기다. 가장 높은 수익을 낸 곳만 보고 전체 흐름을 잘못 읽어선 안 된다.”
 
애플을 포함한 기술주 주가가 흔들리는 등 미국 달러 자산도 안전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데.
“미국 자산만 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 투자하라는 말이다. 다만 달러는 기축통화라서 위기 시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10년 저금리 끝에 위기가 닥치게 된다면 신흥국 시장, 특히 수출 의존형 국가가 가장 큰 위협을 받게 된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되도록 빨리 글로벌한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TCK인베스트먼트와 오하드 토포(Ohad Topor) 회장
설립 7년의 신생 투자 자문사인 TCK인베스트먼트는 고액 자산가와 기업 대상의 투자 자문을 주로 하고 있다. 고객 1인당 평균 투자액이 100억원 정도다. 올 3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오하드 토포 회장은 이스라엘 출신 투자 전문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경제학 학사, 미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자산 관리 전문회사 스퀘어캐피탈 등에서 전 세계 대상의 액티브 투자 전문가로 18년간 일해왔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