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이른바 팡 종목들은 일제히 4~5%씩 급락했다. 팡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 대표 기술주 다섯 종목의 앞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페이스북이 5.7%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넷플릭스가 5.5%, 아마존이 5.1% 급락했다. 대장주 격인 애플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역시 약 4% 밀렸다. 이들 기술주의 급락으로 다우지수(-1.56%), 나스닥 지수(-3.03%) 등 주요 지수들도 크게 하락했다. 이들 기술주는 지난 12일(현지시간)에도 애플이 5% 하락한 것을 비롯해 일제히 급락했었다.
뉴욕증시 5대 기술주 4~5% 하락
코스피, 하루 만에 2100선 아래로
애플 등 실적 부진 우려 커져
IT 비중 높은 국내 증시에 불똥
“기술주 매력도 낮아져 고전할 것”
“악재 이미 반영돼 진정 국면”
가장 큰 원인은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지난 9월 선보인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 등 신형 아이폰 3종에 대한 부품 생산 주문을 대폭 줄였다. 특히 아이폰XR은 당초 계획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축했다. 미국 유명 투자회사인 TD아메리트레이드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JJ 키나한은 “최근 투자자들은 무역 불확실성과 내년 구매력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기술주 가격을 재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의 기술주들이 앞으로도 당분간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보기술(IT) 업종이 시가총액의 25% 안팎을 차지하는 한국 증시는 세계적인 기술주 경기나 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미국 기술주가 실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내 증시도 한동안 하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말까지 ‘팡’ 주식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못 찾은 채 방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외국인이 IT 업종 비중이 높은 한국이나 대만 주식을 대거 판 것도 기술주 투자의 매력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에는 국내 IT기업 자체의 실적에 대한 우려도 반영돼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비록 3분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연말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실적이 좋았던 반도체, IT 부품 중간재,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애플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예측은 여러 차례 나와 국내 증시에 이미 일정 부분 반영된 상태”라며 “미국 증시가 계속 상승했던 반면 코스피는 여전히 싸기 때문에 외국인 수급이 위축될 가능성도 작다”고 내다봤다.
염지현·심새롬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