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가 재미있어 금방 읽었어요. 자기 삶을 다 받아들이는 여성 얘기였죠. 고아 출신 탈북자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살아남으려 감정을 누르는 법을 터득한 사람요. 탈북 소재를 다룬 감독님 전작들(‘마담B’ ‘히치하이커’ ‘약속’)을 보고 더 확신이 들었죠. 원빈씨도 대본을 보고 되게 슬프다고, 배우로선 어렵겠지만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줬어요.”
‘뷰티풀 데이즈’서 탈북여성 맡아
신인감독 데뷔작 노개런티 출연
“북받치는 슬픔 최대한 눌렀어요”
몇몇 출연작의 흥행부진 이후 공백기가 길었던 그는 “영화 전체 평가보단 배우로서 다음엔 뭘 잘 보여드릴 수 있을지, 연기적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은 됐지만 애매하게 돌아오긴 싫었다. 이번 영화는 제가 이입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상영됐을 때 그는 “3년 전 첫 아이를 얻어, 엄마로서 감정에 예전보다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탈북 후 중국 변두리의 나이든 조선족(오광록 분)에게 시집가는 10대 시절부터 범죄에 연루되는 20대를 거쳐 30대 현재까지 20년 남짓을 직접 소화했다.
그는 “다큐에 보니 탈북여성들이 오히려 화려한 색감과 옷을 즐기더라. 그게 더 ‘삶’처럼 다가왔는데, 지나쳐 보일까봐 톤 조절을 했다. 시장을 뒤져 의상을 마련했다”고 했다. 또 “시나리오부터 워낙 감정표현이 없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 엄마가 살아온 역사로 보면 어쩔 수 없을 듯해 최대한 절제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중국에서 시골 아낙으로 살던 장면이 제일 편하고 자유로웠다”고 했다. “예전부터 시골 여성을 굉장히 연기하고 싶었어요. 제 아이도 자연과 잘 놀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냥 제가 저한테 보고 싶은 모습일 수도 있죠.” 특히 “공리가 주연한 장이머우 감독의 ‘귀주 이야기’가 제 인생 영화”라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한 다른 영화 ‘인생’도 감히 생각났다. 언젠가 그런 영화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