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산이(33·본명 정산)가 유튜브에 '페미니스트'(feminist)란 곡을 기습 공개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남녀 임금 차별'이라는 가사를 놓고 벌어진 논쟁에는 또 다른 연예인이 가세하는 등 그 불씨가 번지는듯한 모양새다.
산이는 16일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라며 음원 '페미니스트'를 공개했다. 15일 페이스북에 '이수역 폭행 사건' 현장 영상을 올린 지 하루만이다.
산이 'OECD' 가사 오류 지적 반박 "조사 안하고 썼을까"
손수현 "팩트는 한국 성별 임금격차 37%로 OECD 최고"
산이는 '페미니스트' 가사에서 "나는 페미니스트(I am feminist)"라며 "난 여자 남자가 동등하다 믿어" "난 여자 편이야. 난 여잘 혐오하지 않아"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넌 또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고저쩌고"라는 가사를 두고서는 반박이 나왔다.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를 '가짜'라며 저격했지만 실제로 정부의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OECD 국가의 평균 남녀 임금 격차는 14.5%인데 반해 대한민국 남녀 임금 격차는 37.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를 본 산이는 "설마 제가 그걸 조사 안 해보고 썼을라구요. 곡 속 남자의 말은 현재 우리 사회가 인터넷이나 공기 중에 흘러다니는 말들을 팩트라고 착각해 팩트가 아닌 팩트를 만들어내는 사회를 지적한 부분"이라고 직접 댓글을 남겨 반박했다.
남녀 임금 격차를 언급한 이 가사를 두고 네티즌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손수현 역시 이날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소설 『82년생 김지영』 내용을 찍어 올린 뒤 "팩트(사실)"라고 적었다. 손수현이 산이의 가사를 반박한 것 아니냐는 네티즌 추측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페미니스트'는 17일 오전 기준 유튜브에서 77만회 가까이 조회됐으며, 여기에는 1만6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 이런 소신을 밝히는 게 멋지다"며 산이를 응원하는 쪽과 "여타 다른 한국 남자와 다를 게 없어서 놀랐다"며 비판하는 쪽으로 갈려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OECD 회원국의 남녀 간 평균임금 격차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37%로 가장 컸다고 밝혔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6%의 2배가 넘는다. 남성과 여성이 가장 동등한 임금을 받는 나라로 꼽힌 룩셈부르크의 성별 임금 격차는 4%에 불과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