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박성훈(19) 군은 16일 "시험이 끝난 뒤 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박 군은 "우리 반 1등이 어려웠다고 하는 걸 보면 올해가 정말 난이도가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어 난이도 10년 만에 최고
최저등급만 맞춰도 반 전체에서 박수 쳐
이과인 이도현(19)군은 “국어가 나만 어려운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전부 다 어렵다고 하더라. 특히 비문학 지문 중 지동설과 관련 된 문제에서 크게 당황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학생들이 작성한 가채점표를 보니 국어 점수를 적는 칸에 점수 대신 물음표가 보였다. 2반에 재학 중인 조모(19) 군은 "보통 국어 3등급, 수학 1등급, 영어 2등급, 사탐 1·2등급이 나오는데 이번에 가채점으로는 수학 2등급, 영어 3등급, 사탐 2·3으로 한 등급씩 떨어졌다. 국어는 가채점 자체를 못 했다"고 답했다.
논술을 6개 준비하고 있다는 우형원(19)군은 "아직 논술시험이 5개나 남았다. 일요일에 시험 하나 더 봐야 하지만 오늘은 피시방 가서 스트레스 좀 풀고 싶다"고 말했다.
시험이 어려웠던만큼 교실에서는 친구가 수시를 위한 최저등급만 맞춰도 거의 합격에 버금가는 축하가 나왔다. 9반에서는 한 학생이 3과목 등급 합 6등급인 최저등급 기준을 맞췄다는 가채점 결과에 반 학생 전원이 손뼉을 쳐주기도 했다.
2년 동안 고3 담임을 맡은 국어 교사 이모씨는 "언어가 너무 어려워 가채점을 아예 못한 학생이 많다"며 "낙담한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실망하게 해 죄송하다'고 말할 때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최선 다한 것만으로 대단하다. 쉽게 얻기보다 어렵게 얻으면 보상과 의미가 더 크니 너무 낙담하지 않길 바란다"고 제자를 위로했다.
교실에는 엎드려 울고 있는 학생도 보였다. 김영혜 3학년 부장 교사는 "수학 답을 맞혔는데 친구와 답이 달라 영어, 사회탐구를 망쳤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 정답이었다는 학생이 많이 울었다"며 "평소 마음이 약해 모의고사 때 청심환도 먹던 친구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담임 교사들은 낙담한 제자를 달래기 바빴다. 4년 연속 고3 담임을 맡은 서혜진 교사는 "수능 하루 전날 제자에게 '내일 화이팅'이라는 쪽지와 선물을 줬는데, 시험 끝난 뒤 '선생님 쪽지에 오타가 있어요. 내일이 아니고 내년이요'라고 답장이 왔다"며 "오늘 학교에도 아직 오지 않았는데 위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윤·김정연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