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음악감상회에서 만난 타이거JK는 “드렁큰타이거는 뭔가를 부수고 도전하는 문화가 막 생겨날 때쯤 만들어진 그룹”이라며 “이제 세상도 음악도 많이 변했다. 그 시절 그 색깔 그대로 타임캡슐에 넣고 문을 닫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면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 것 역시 이번 결정의 이유가 됐다.
드렁큰타이거 10집 앨범 ‘X’ 발표
“세상도 음악도 변했다” 그룹 접어
그간 활동 압축한 신곡 30곡 담아
방탄·세븐틴 등 아이돌과도 협업
이번 앨범은 열 번째란 의미이자 미스터리·곱하기 등 다양한 의미가 담긴 제목 ‘X’처럼, 드렁큰타이거라는 묵직한 무게감과 그 알을 깨고 나가기 위한 타이거JK의 날갯짓이 동시에 느껴진다. 피처링 면면도 화려하다. MFBTY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윤미래·비지, 또 MC 메타·도끼처럼 힙합신에서 친숙한 이름도 있지만 방탄소년단 RM이나 세븐틴 버논처럼 교집합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아이돌 이름도 눈에 띈다.
“저도 옛날엔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차트에 있는 음악은 안 듣고. 이번에 ‘타임리스’를 같이 한 RM은 데뷔 초 방시혁 빅히트 대표 소개로 만나 의정부 작업실에도 놀러 오고 힙합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어요. 실력도 있고 음색도 독특해서 가장 먼저 부탁한 친구예요. ‘손뼉’은 싸이 콘서트에 게스트로 섰을 때 받은 감동을 담은 곡인데 김종국·은지원·데프콘·하하가 함께해 준 덕분에 더 신나는 곡이 나왔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죠.”
그는 힙합이 단순한 음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임을 강조했다. “클럽에 들어갈 돈이 없는 빈민가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DJ들이 놀이터에 클럽을 만들고, 적당한 옷이 없으니 찢어지고 걷어 입는 스트리트 패션이 생겨난 거잖아요.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문화인 거죠. 저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같은 노래들이 한국 힙합이라고 생각해요. 자전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라서 마음에 와 닿죠. 앞으로 타이거JK로서 해 나갈 음악도 이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