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도 삼성물산의 감리 필요성을 제기한 적이 있다”며 “면밀히 분석해 감리 필요성 여부를 추후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후폭풍 거세
정치권·시민단체 삼성물산 감리 요구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있다는 의혹
김용범 증선위장 “면밀히 검토하겠다”
금감원 감리 착수할 가능성 커져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삼성물산이 감리를 받을 가능성은 크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위나 증선위가 특정 회사의 감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금감원은 감리에 착수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감리를 의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재무제표를 심사해 과실 또는 중과실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에도 감리에 실시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 사례처럼 특정 회사의 회계 처리 기준 위반에 관한 제보가 실명으로 접수되는 경우에도 금감원이 절차에 따라 감리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공시된 재무제표를 회사가 자진해 수정했는데 수정된 금액이 클 경우에도 감리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선위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삼성바이오는 2015년 공정가치 평가 전부를 재무제표에서 제거해야 한다. 약 4조5000억원 정도”라며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도 다소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화 폭이 클 경우 삼성물산은 감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삼성물산 감리 가능성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감리 규정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감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또 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지만, 분식회계의 동기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는 삼성물산 합병과 합병 비율(1(제일모직):0.35(삼성물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의심한다.
물론,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회계 처리한 것은 삼성물산 합병이 결정된 2015년 7월 이후의 일이다. 분식회계로 삼성바이오가 가치가 부풀려지면서 제일모직의 가치도 부풀려졌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삼성 측이 반박하는 근거다.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금감원이 증선위에 제출한 삼성바이오의 내부 문건에는 삼성물산 합병 전후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 회계 처리 변경을 한 것은 합병 후이지만, 그 전부터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바이오가 회계법인들과 협의했다는 정황도 나와 있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는 삼성물산 합병 전후에 파생된 문제기 때문에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