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통은 “(김 실장측이)만나지 않겠다는 통보를 일본 측이 (전달)받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북ㆍ일 고위급 인사들이 몽골에서 극비리에 접촉해 양국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베트남 접촉 이후 3개월만이었다. 9월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앉겠다”며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직후이기도 하다.
외교 소식통 "올란바토르까지 갔는데 못 만나"
FNN "9일 기타무라-김성혜 몽골서 접촉"
다른 소식통은 “기타무라 정보관이 움직였다면 양측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김 실장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주변국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과 관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북한과의 접촉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적으로 아베 정권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우선 순위로 올려 놓고 있지만, 북한은 과거청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관계 정상화와 과거청산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접촉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돼 대북제재가 해제될 경우 일본이 전후 보상금이나 기업 진출 등을 통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고, 일본은 유일하게 남은 전후 보상 문제 해결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일본 FNN은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타무라 정보관과 김성혜 실장이 지난 9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극비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기자회견에서 “정부로서 일일이 코멘트 하지는 않겠지만 납치ㆍ핵ㆍ미사일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과는) 다양한 루트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김 실장은 지난 8일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몽골로 향해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협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방한과 지난 5월 말 김영철 부장의 미국 방문때 동행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물밑 접촉을 했다는 건 북한이 연일 관영 매체를 통해 일본을 공격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도쿄=윤설영, 서울 정용수 기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