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 일대가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다. 1980년대 대규모 저층(5층 이하) 단지가 들어선 이곳이 30여년 만에 고층 아파트 숲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다.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이 진행 중인 주공 1~4, 8단지와 시영, 일원현대, 일원대우 등 8곳이 줄줄이 입주에 들어간다. 재건축이 순차적으로 완료되면 2022년까지 1만8000여 가구가 건립된다. '강남 속 미니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달부터 재건축 입주 릴레이
2022년까지 1만8000여 가구
래미안 루체하임 84㎡ 분양권
도곡렉슬과 비슷한 21억 호가
“강남권 집값·전셋값 안정 기대”
입주를 앞두고 '몸값'도 많이 뛰었다.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 59㎡ 분양권이 지난 8월 16억8500만원에 거래됐고, 지금은 17억원대에 나온다. 이 단지와 래미안 블레스티지 84㎡ 분양권 호가(부르는 값)는 21억~23억원 선이다. 3.3㎡당 6000만원이 넘는다. 분양가가 13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2년여 만에 8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개포동 세방공인중개업소 전영준 대표는 "최근 대출 규제 등 여파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지만, 대치·도곡동 랜드마크 단지 시세를 넘볼 정도로 가격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지난 8~9월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24억5000만원, 도곡동 도곡렉슬 같은 면적은 21억원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개포 일대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새 아파트가 드문 강남권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촌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대치·도곡동 등과 맞닿아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양재천·대모산이 가까워 녹지도 풍부하다. 익명을 원한 분양대행사 임원은 "개포는 강남 중심권에서 떨어져 있어 압구정·대치, 서초구 반포와 비교하면 교통과 학군은 밀리지만, 그에 못지않은 고급 주거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도 관심거리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개포에 주택 공급이 대량으로 이뤄지면서 강남 수요를 흡수해 집값·전셋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