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가 사는 아파트 8층에서 떨어져 숨진 20대 여성의 추락 원인을 묻는 말에 경찰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술에 만취한 상태였지만 본능적으로 (직장 상사의 집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A씨(29·여)는 지난 7일 오전 2시54분쯤 강원도 춘천시 한 아파트 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A씨가 떨어져 숨진 장소는 직장 상사 B씨(41)의 집이었다.
추락 당시 다리부터 떨어지고
창문에 매달렸던 흔적도 발견
경찰 "탈출하려 했던 것 같다"
직장 상사는 준강간치사 혐의 구속
그날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들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춘천의 한 식당에서 단체회식을 했다. 당시 참석한 직원은 10여명.
A씨의 직장 동료는 “최근 큰 사업에 선정됐는데 주도적으로 준비해온 친구들이 A씨와 B씨다. 이날 회식은 사업 선정을 축하하는 자리였다”며 “A씨는 원래 술을 잘 못 마셔서 회식이 있어도 1차가 끝나면 빠지는 편인데 그날은 (본인 때문에) 일이 잘됐기 때문에 2차도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 혈중알코올농도 0.2%넘는 만취 상태
당시 A씨와 B씨가 함께 있는 CCTV를 보면 A씨가 헤어지려는 듯 양손을 흔들자, B씨가 오라는 손짓을 보내는 장면, A씨가 비틀거리며 아파트 입구 현관 쪽으로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 등이 찍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가 넘는 만취 상태였다”고 말했다.
CCTV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A씨가 직장상사인 B씨의 집에 들어간 건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A씨는 그로부터 1시간50분가량 뒤인 오전 2시쯤 8층에서 추락했다. 이후 30분가량이 지난 뒤인 오전 2시38분에 직장상사 B씨가 119에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엔 2시54분에야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B씨 혐의 입증 핵심 진술 확보
이와 관련 경찰은 사건 당일 아파트에 함께 있었던 B씨의 지인으로부터 B씨의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가 추락한 아파트 베란다 창문이 1.3m 위에 있는 점 등을 토대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추락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한편 회사 측은 지난 10일 B씨를 해임했다. 경찰은 14일 준강간치사 혐의 구속된 B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