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백내장 수술은 수술용 칼에 크게 의지해왔다. 의사가 칼로 각막과 수정체낭을 직접 절제하고 초음파로 백내장 부위를 부숴 빨아들이는데,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수술 성과가 다를 수 있었다. 가령 수정체낭을 너무 크게 절제하면 삽입한 인공수정체가 이탈하면서 초점이 틀어질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한 수술법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칼 대신 레이저를 사용하는 ‘레이저 다초점 백내장 수술’이다. 레이저 다초점 백내장 수술은 각막 절개부터 수정체 분쇄까지 모든 수술 과정을 레이저 기기로 한다. 수술용 칼이나 초음파보다 안전하고 정확도가 높다. 레이저 다초점 백내장 수술 장비 중 가장 정밀하다고 평가받는 최첨단 장비는 스위스의 글로벌 안과 전문기업 알콘이 개발한 ‘CRS 시스템’이다. ‘CRS 시스템’은 아직까지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를 비롯해 국내 일부 대형병원에만 도입된 최신 백내장 수술 장비다.
최첨단 장비 갖춘 병원 손꼽아
각막 절개부터 수정체 분쇄까지
모든 수술 과정을 레이저 기기로
초점 더 선명, 안전·정확성 향상
‘센추리온’은 세계 유일의 지능형 초음파 장비다. 수술 시 안압이 높아지면 각막이 부어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센추리온을 활용하면 수술 도중 안압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최적의 안압을 유지할 수 있다. 백내장 부위를 빨아들일 때도 유속·압력 등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베리온’은 실시간 내비게이션으로 수술 부위를 정확하게 추적한다. 개인별 눈 상태에 맞게 절개할 위치·크기를 파악한다.
이들 삼총사로 백내장 수술을 진행하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레이저(렌젝스)를 이용해 수정체낭을 동그랗게 절제한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초음파 대신 렌젝스로 분쇄하고 초음파(센추리온)로 흡입해 제거한다. 자동 눈 추적 장비(베리온)를 활용해 수정체낭에 접근한 뒤 인공수정체를 정확한 위치에 끼워 넣는다. 이처럼 CRS 시스템을 활용한 레이저 백내장 수술은 정확한 위치에 계산된 크기와 깊이로 각막 수정체낭을 오려내 오차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인다. 또 수술 후 시야의 선명함을 더해 시력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고도근시이거나 난시·원시 노안이라면 레이저 다초점 백내장 수술을 권장한다. 난시의 경우 특히 그런데, 인공수정체를 넣는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위치에 따라 추가 난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베리온은 난시 교정 인공수정체를 삽입할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때문에 추가 난시 발생 위험이 낮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김정섭 원장은 “백내장은 수술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 안팎에 상처를 입히거나 출혈·감염 위험을 높인다”며 “레이저 다초점 백내장 수술은 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수술 후 합병증이나 안구건조증 발병률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삽입하는 인공수정체를 신중히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백내장 수술은 평생 한 번 하는 수술이고 인공수정체를 다시 갈아 끼우기 힘들어서다. 최근 개발된 인공수정체는 초점이 다양해진 게 특징이다. 알콘의 4중 초점 인공수정체인 ‘팬옵틱스’가 대표적이다. 일상생활에 가장 필요한 중간 거리(40~80㎝), 그중에서도 특히 팔 길이인 60~80㎝ 이내의 시야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팬옵틱스’는 현존하는 인공수정체 중 가장 많은 빛을 망막에 전달할 수 있다. 밤낮으로 물체가 잘 보인다는 얘기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거리에 따라 초점을 다양하게 맞출 수 있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려면 그만큼 삽입할 자리를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 그래서 ‘CRS 시스템’을 활용한 레이저 다초점 백내장 수술이 선호된다.
합병증·안구건조증 발생률 낮아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