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많은 중국인에게 방송인 무전(牟珍)은 유명인사다.
10년 전 처음 한국에 올 때만 해도 '안녕하세요' 밖에 할 줄 몰랐다는 그는 이제 한국 소설을 즐겨 읽고 한국어 농담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준 한국인'이 됐다.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인기 직종 중 하나인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며 그는 수많은 젊은이를 만났고, 또 안타까웠다고 했다.
한국살이 10년차, 방송인 무전(牟珍)
매일 2시간 중국인에게 한국 소식 알려
고유의 전통 지켜가는 한국 부러워
중국에 대한 편견 지우는데 기여하고파
요즘 후배들은 시작부터 뛰어가려고만 해요. 걷는 것부터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결국엔 넘어질 수밖에 없어요.
한국에 온지 얼마나 됐나
고민 끝에 '젊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때 중국에서 한류 문화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한국 문화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데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예전에 갖고 있었던 꿈이 떠올랐다. 대학 시절, 영어·중국어 통번역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서 영어를 남들보다 더 빨리 익혔다.그래서 어학당을 졸업하고 나서 한국어·중국어 통번역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중국어 학원에서 강의하면서 관련 시험을 준비했는데 고3 때보다 더 힘들었다. 하루에 4~5시간밖에 잠을 못 잤는데 갑자기 쓰러져서 과로로 입원한 적도 있다.
공부하느라 한국 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었겠다
수업 후 학생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때도 많았는데 모두 겸손하게, 그러면서도 솔직하고 진지하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인생에 대한 자신의 철학까지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때 가르쳤던 학생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감사할 따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남들은 나를 보고 '왜 저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웃기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때만 해도 '내가 중국의 입장을 전하는 민간 외교 사절'이라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다면 꼭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중국'으로 모두 묶어서 말할 수 없고 중국에서도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생활 습관이 너무나 다르다. 결국 문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 문화 중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이제는 중국에서 제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 문화를 아예 모를 것이다. 한국에서 전통을 지켜가는 모습에 감동 받았고 중국도 우리 고유문화를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항상 고개 숙여 인사하는 한국 문화도 인상 깊었다.
중국도 문화가 빠르게 바뀌는 모양이다
그런데 90년대에 태어난 '주링허우(90后)'나 2000년대에 태어난 '링링허우(00后)'는 걷는 것 보다 뛰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건 중국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걷는 것을 알아야 잘 뛰어갈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넘어질 수 있다.
나는 지금 프리랜서로 통역과 방송 일을 하는데, 후배들 가운데 일단 빨리 일을 하고 싶어서 조바심을 내는 이들이 많다. 기초를 잘 다져야 일을 시작할 수 있지, 무작정 시작해서 '하다 보면 배우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도 그럴까'는 별개 문제다.
12년째 이 일을 하는 나도 현장에 나설 때는 늘 걱정되고 긴장된다. 운에 기대지 말고 늘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나와 비슷한 업종에 있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젊은이들에게 또 해줄 말은 없나
급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한 번 더 노력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더 많이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삶의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 중국에 한국 문화와 문학, 특히 고전문학을 알리고 싶은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나중에 나의 언어로 한국의 책을 번역해 중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차이나랩 김경미, 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