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에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구속됐고, 앞서 서울의 한 국립대에서는 아버지가 편입생 아들에게 우수학점(A+)을 몰아준 사실이 국정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지난달에는 사립유치원 감사결과가 공개되면서 회계부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6살 아들을 둔 정모(36‧서울 성내동)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어디를 믿고 아이를 길러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서 홈스쿨링 시키거나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유학 보내고 싶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인 게 2년 전 이맘때 불거진 ‘정유라 이대 특혜 사건’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하게 입학하고 학점 특혜를 받은 것이다. 정씨는 당시 모집요강과 달리 서류마감일 이후 취득한 금메달을 인정받아 승마 특기자로 대학에 합격했고, 수업에 불참하고 부실한 과제를 제출했지만 제적당하지 않고 졸업했다.
회계부정?문제유출 등 교육비리 잇따라
2년 전 정유라 부정입학 사태 데자뷰
학부모 “숙명여고 사태 빙산의 일각”
전문가 “결과 만능주의 사회 부작용”
대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당시 정유라 사건에 분노했던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요즘에 그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아이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야 할 책임을 가진 교육기관이 비리의 온상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초등1학년 자녀를 둔 김모(36‧서울 마천동)씨는 “최근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 ‘부모의 돈도 능력’이라던 정유라 말이 맞는 것 같다. 법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발생한 ‘결과 만능주의’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진 게 문제”라며 “여기에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선호 사상이 얽혀서 부정부패가 만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회 지도자부터 원리원칙을 무시한 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느냐”며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려면 이제라도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