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재검토 지시의 주요 이유는 보험료 인상 부담감이다. 복지부가 제안한 네 개 방안 중 세 개는 보험료를 9%에서 최소 12%, 최대 15%로 올리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 제안은 복지부의 생각이 아니다. 지난해 8월부터 내로라하는 국내 연금 전문가들이 모여 장기 재정을 추계해 보니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냈고, 대통령 보고에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기금 고갈이 3년 당겨져 미래 세대에게 소득의 4분의 1을 보험료로 떠안기지 않으려면 현 세대가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의 고언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는 신념을 갖고 있다. 복지부 안에 이것도 들어 있다. 물론 보험료를 13%로 올리는 것과 패키지로 돼 있다. 그런데도 보험료 인상에 거부감을 보인 이유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정책 탓일 수 있다. 일자리가 줄고 자영업 폐업이 늘면서 소득이 떨어지는 마당에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연금 개혁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본다. 이 눈높이가 과연 뭘 말하는지 사뭇 궁금하다. 보험료 인상에 선뜻 동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도 할 줄 알아야 진정한 지도자다. 그걸 설득하고 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두려워서 자꾸 국민을 핑계 삼으면 개혁을 안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이야말로 최악의 정책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