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콘텐츠 임팩트, 임팩트 콘텐츠-아름다운 뉴스’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예술가·데이터분석가 등과 뉴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도 '난민'은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총 8개 팀 40명 가운데 3개 팀 7명이 ‘난민’을 주제로 선택했으니까요. 그중 가상현실(VR) 아트 스튜디오 '알틴코(ARTINCO)' 김희진·장형석 작가의 작품과 래퍼 MC 메타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작품명: 시리아, 꿈꾸는 아이들(알틴코)
시리아 내전은 2011년 2월 10대 소년들이 담벼락에 휘갈긴 낙서 한 줄에서 시작됐습니다. '닥터'는 안과 전문의 수련 경력이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가리킵니다. 그는 독재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기집권 중입니다. 낙서한 아이들은 체포돼 고문을 당했고,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정부는 과잉진압했습니다. 분노한 시위대는 알 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위는 전국으로 퍼졌고, 무장저항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전투기의 공습과 지상군의 포격…. 또다시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난민 캠프의 학교도 공습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딸의 영혼이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합니다.
"이곳 난민촌에서 사랑, 그리고 평화와 희망을 배웠어요. 이제는 그만 전쟁을 멈추고 시리아를 예전처럼 돌려주세요.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아름다웠던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어요."
김희진·장형석 작가 인터뷰
- 왜 주제를 난민으로 골랐나요?
- 최근 한반도는 평화 무드에 접어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은 전쟁 중입니다. 특히 시리아 사태는 '21세기 최악의 비극'이라고 불립니다. 내전으로 40만~5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무려 1300만명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600만명이 난민이 됐고, 그중 절반이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절망’ ‘비극’ 같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그릇된 꿈과 욕심 때문에요. 저희는 시리아 아이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소중한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전쟁 같은 삶밖에 기억할 게 없는 그들에게 ‘전쟁이 아닌 삶’,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의 삶’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 작품 기법을 알려주세요.
- 기존 매체들이 내전 상황을 글 혹은 사진·영상으로 기록했다면, 저희 팀은 가상공간에서 시리아 난민 아이들의 삶을 직접 탐색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포토그래메트리(대량의 사진을 기반으로 3D 모델링을 하는 기법)로 현장의 사실감을 살렸고, VR 라이브드로잉으로 시리아 어린이들이 꿈꾸는 평화로운 시리아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 이번 작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 고향도 집도 가족도 잃어버린 난민 아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교육이지만, 이제 그마저도 사치스러운 꿈이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난민들에게 함부로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면 자칫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뜬구름 잡는 식의 잘못된 희망을 주기보다, 자신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라나요.
-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족처럼 그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난민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상의 공간에서 난민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작품명: 작고 푸른 점(MC 메타)
창백하고 푸른 점
그 안에서
아름다운 자연은 아름다운 사람을
아름다운 시간은 아름다운 역사를
아름다운 음악들 아름다운 문화는
아름다운 순간을 아웅다웅 싸운들
우리 집에 누가 막 들어오는 건 싫어
대한민국에 난민이 온다는 게 안 믿겨
제주의 예멘인을 봐, 우리랑 너무 달라
우리 먹고살기도 힘든데 왜 난민들을 받아?
전쟁이나 재난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들
누구나 원치 않아도 난민이 될 수 있거든
지금의 평화가 언제까지 보장될 수 있어?
과거의 우리도 난민인 적 있어
알잖아? 끔찍한 고통
알잖아? 전쟁과 종교
잘 얘기했어, 종교
나는 정말 무슬림이 무서워!
ISIS를 포함해서 빈 라덴을 봐
전 세계 테러 조직 대부분이 다 무슬림이야, 911
그런 사람들이 진짜 가여워?
그러다가 우리나라 터질지도 몰라, 폭탄테러
그때 가서?
모든 무슬림들이 테러범이란 말은
모든 인간들이 테러범이라는 말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몰아가면 안 된다고 봐
모든 난민들을 무작정 다 받자는 건 아냐
돌아갈 곳 없는 보살펴야 할 사람들을 받자는 것이지
그들이 누군지 봤잖아?
바닷가에서 죽은 쿠르디야...
그건 그들의 문제야
왜 우리가 그 죽음과 고통에 책임져야 해?
그리고 전쟁과 종교 박해의 피해자들만 있는 건 아니네
솔직히 돈 벌려고 들어오는 것들이 더 많잖아?
우리도 분단국가이고 살기 힘들잖아?
헬조선의 현실을 봐, 감성팔이 말고!
현실을 봐
아름다운 이념은 아름다운 전쟁들
아름다운 고통은 아름다운 죽음들
아름다운 눈물은 아름다운 종교들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창백하고 푸른 점
그 안에서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VR영상 = 알틴코 김희진·장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