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고받은 뒤 “국민이 생각하는 연금 개혁 방향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라며 “국민 의견이 보다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라”고 말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 보고받은 뒤
“국민 눈높이 안 맞아 전면 재검토”
전문가 “지금도 연금재정 불안
보험료 못 올리면 개혁 못해”
그동안 문 대통령은 연금 개혁의 조건으로 ‘국민 동의’를 여러 차례 강조했고, 이번에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국민은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지급률)을 올리되 보험료는 올리지 않는 걸 선호한다. 그런 마당에 대통령이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건 듯해 연금 개혁이 물 건너 갈 우려마저 제기된다. 게다가 동서고금을 통틀어 국민연금 개혁이 국민의 박수받은 적이 별로 없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은 “지금도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한 상태라서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며 “게다가 대통령의 공약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 인상이 더더욱 필요한데도 보험료 인상을 회피한다면 연금개혁 논의 출구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대통령의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점과 해법에 대한 인식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보험료 인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8월 공개된 4차 연금재정재계산 결과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기금이 2061년 고갈에서 2057년으로 당겨졌다. 그 이후에 연금을 주려면 소득의 24.6%(2088년 29%)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2007년 연금개혁 때 보험료를 12%까지 올려야 했는데, 반발을 의식해 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깎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방안을 채택했다. 그 여파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진다.
정부안 국회 제출도 늦어지게 됐다. 김의겸 대변인은 “국회 보고 시점을 11월 말로 잡고 있지만 검토가 길어지면 국회와 일정을 다시 협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위문희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