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71)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북한 기반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초청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WT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3박4일간 평양에 머무는 동안 ‘남북 태권도 통일’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
최근 북측 초청으로 평양 다녀와
남북 태권도 용어·규칙 통일키로
조 총재는 올 연말까지 사전정지작업을 마무리지은 뒤 내년부터 WT와 ITF 통합에 가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2019년이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군에 이름을 올린지 25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 착안했다. 태권도는 지난 199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올림픽 가족’ 자격을 얻었다.
조 총재는 “25년 전 올림픽 종목에 이름을 올린 이후 태권도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면서 “이젠 ‘하나된 태권도’로 새로운 25년을 준비할 때다. 이번에도 태권도가 기폭제 역할을 맡아 남과 북의 스포츠는 물론, 두 나라 교류 확대까지 이뤄내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조 총재는 "어린 시절 부친으로부터 예전 평양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면서 "서문여고 근처에 서문시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 찾아가보려 했지만, 해당 지역 일대가 재개발돼 옛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단념했다"며 아쉬워했다.
조 총재는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집안 어른들의 영향을 받아 평안도 음식과 사투리에 익숙했다. 평양에서 식사하던 중 어린 시절 먹어 본 ‘김치말이(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찬밥과 빈대떡을 말아 먹는 평안도 음식)’가 떠올라 식당 관계자에게 ‘한 그릇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더니 동석한 북한 관계자들이 ‘김치말이는 우리쪽 음식인데 어찌 아느냐’며 신기해했다. 이후 대화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WT는 태권도박애재단(THF)을 통해 전 세계 난민들과 저개발국 구호 대상자들을 돕는다. 이를 통해 ‘태권도는 지구촌의 친구’라는 인식을 심었다”고 강조한 조 총재는 “이제는 세계 평화에 기여할 때다. WT가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를 캐치프레이즈로 정한 건 태권도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앞장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