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역할로 봐도 그 비중이 크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으며, 전체 직원은 19만 명에 이른다. 올 10월말 코스피(KOSPI) 시장의 시가 총액은 약 1440조인데 삼성 상장계열사(23개)의 시총 내 비중은 약 30%(433조원) 규모다. 삼성전자 하나만으로도 그 비중은 막대하다. 고용규모 10만명, GDP 내 매출비중도 17.4%나 된다. 협력사들의 경제적 기여까지 합치면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만큼 삼성은 주목받는 회사다.
삼성의 노조 인정과 직접 고용은
사회적 책임·공유가치 창출 통해
시민사회와 공존하고 지속가능한
회사로 변신하는 전환점이 될 것
하지만 삼성의 비노조 경영은 법의 경계를 오가며 이루어졌다. 복수노조를 금하던 시절에는 ‘페이퍼 노조’로 자주적 조직화를 방해했다 비판받았고, 노조법 개정 이후에는 노조설립에 직접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비노조를 넘어 반노조를 통한 ‘그린 컴퍼니’ 구축을 노사관계 전략의 핵심으로 활용했음은 부인하기도 어렵다.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사 지배구조의 전환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증여세 탈루 문제도 오래된 논란거리다. 사정이 이러하니 삼성은 국민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이런 관심에서 보면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주) 노사합의는 중요한 변화다. 노사 대표는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설치·수리하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78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를 설립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한 지 5년 만이다. 이와 더불어 상담협력사(콜센터) 직원 900여명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CS(주)’에 즉시 고용된다. 노조는 법원에 계류 중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고 이후 관련된 법적 다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활동 관련 추가합의도 연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그룹은 계열사 임원 운전기사 400여명을 11월부터 직접 고용한다. 지금까지 2년 기한의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던 운전기사가 각 계열사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앞서 삼성은 향후 3년간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여 근로자를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어느 계열사보다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활발해, 5년간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벤처를 육성하기로 했다. 중기부와 힘을 합해 2500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도 확대 구축하기로 했다. 이러한 삼성의 행보를 두고 경영계의 우려와 비판이 있지만 시대 변화에 맞춘 새로운 선택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삼성이 노동조합과 마주앉아 상생의 노사관계를 모색한 일은 적지 않은 사건이다. 금속노조 위원장과 노조 지부장 그리고 삼성전자서비스 사장은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미래지향적 상생의 노사관계구축에 노력’하기로 선언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에 대한 시장과 사회의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의 이러한 변화는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전환이다. 이로써 삼성과 노동조합, 삼성과 시민사회가 화해하고, 이런 모델이 국민에게 새롭게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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