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기획한 강웅식 화백(전 서통레이오백 대표·힌국미술협회 회원)은 개인 유화 작품과 함께 1962년 군대에 배포된 박정희 대통령의 책『우리 민족의 나갈 길』을 토대로 자신이 군 교육용 자료로 만든 만화와 차트를 전시했다. 이 자료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됐다. 권계홍 전 녹십자 대표는 서예와 사진 작품을 내놓았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대학 강단에서 한 40년 먹물 먹고 살았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경제칼럼집 『말, 말, 말 그리고 칼』을, 김천식 반디앤루니스 회장은 서예 작품을 선보였다. 현대건설과 현대증권에서 일하다가 서울문고(현 반디앤루니스)를 창업한 김 회장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58회 동기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겼다. 김현주 전 벽산 대표는 제주도 그림을 비롯한 유화 작품을 내걸었다. 은행 출신인 나봉균 목사는 자신과 가족의 종교 체험을 그림 등으로 보여줬다. 오광형 전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전무는 국제현대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수상한 실력을 뽐냈다. 유노상 전 외환리스 사장은 해방후 격동기의 국민학교 통신표를 비롯한 개인 기록물 122점을 국가기록원에 기증했다. 국가기록원은 이를 영구보존 기록물로 지정했다. 유병인 전 조흥은행 감사는 "한국 최고(最古)은행에서 35년 근무하고 퇴직했다"며 "인생의 끝자락에 와 있고 마라톤 경주로 치면 홈스트레치만 남겨둔 셈이지만 행복은 재물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사공일·이규성·서영택·김병주 등
서울상대 58학번 입학 60돌 전시회
『한국의 외환위기』를 전시한 이규성 전 재무부 장관(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은 "지난 세월 주변과 화목하게 지내면서도 내 자신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고자 했으나 화이부동(和而不同)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전시회 도록에 썼다. 한국 근현대 경제사 연구의 대가인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대학 시절 빛바랜 강의노트와 교과서를 전시했다. 이 교수는 80년대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사회구성체 논쟁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인물이다. 그는 "인생이란 결코 필연이 아니라 우연의 연속임을 터득했다"며 선문답 같은 이런 말을 도록에 남겼다. "경제학 교수로서 한글 전용 반대운동에 적극 가담하였더니 남들은 이 사람을 국문학 교수 하라고 해요. 넘쳐나는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신적 빈곤이 넘쳐나는 이 마당에 경제학이면 어떻고 국문학이면 어떠리오. 공맹(孔孟)이면 어떻고 노장(老莊)이면 어떠하며, 마르크스면 어떻고 바쿠닌이면 어떻겠소!"
금융계와 무역회사에 주로 진출한 동기들과 달리 호텔업에서 37년간 직장 생활을 한 정두만씨는 은퇴 후 자전거를 타고 6년간 전국 3만5000㎞를 달렸다. 4대강 종주는 물론 전국 2000㎞를 주파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영자지 기자로 시작해 은행권에서 주로 근무한 이선호 전 수출입은행 전무는 동기들의 활동상을 담은 신문 스크랩을 전시회 한쪽에 전시했다. 대선에 출마했던 박찬종 변호사의 기고를 비롯해 대학 동기의 활약을 소개하는 기사를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모으고 보관했다. 그가 모은 자료 일부는 역사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됐다. 서울상대 58회 동창회의 강인호 회장은 "대학 때는 단기(檀紀)를 썼기 때문에 지금처럼 58학번이라고 하지 않고 단기 4291년의 마지막 숫자를 따서 1학번이라고 했다"며 "이번 전시회의 기세를 살려 앞으로 미수(米壽 ·88세), 망백(望百·91세), 백수(白壽 99세) 전시회까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