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35분 신(新) 노량진수산시장 1층 출입문. 붉은 조끼를 입은 구 시장 상인들이 들어가려 하자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측 직원들이 몸으로 막아섰다.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수협, 5일 오전 9시 구시장 단전·단수
구상인들 신시장 진입 시도에 몸싸움
상인이 가려는 곳은 6층 수협사무실. 5층 야외공간(하늘나루)까지 올라온 상인들은 사무실과 연결된 계단 앞을 막아선 수협 관계자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날 수협과 구시장 상인 간 갈등이 극에 치달았다. 오전 9시 수협이 단전·단수를 단행하면서다.
수협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가 이뤄졌다. 앞서 수협 측은 “단전·단수를 배제할 수 없다”고는 밝혔으나 이에 고민해왔다. 구상인들과 정면충돌하게 되는 조치라서다. 수협은 구상인들에게 제공했던 해수(海水)만을 끊어왔다. 상인들이 직접 해수공급업체와 계약을 해 장사를 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대신 수협은 법원에서 시행하는 명도 강제집행 조치를 지켜봤다. 하지만 지난달 23일까지 총 네 차례 시도에도 구상인들의 반발에 매번 무산됐다. 이에 이날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
꽃게·킹크랩을 파는 상인 박모(53)씨는 “지금 수조에 든 꽃게 수 십마리가 이미 다 죽었지만 몇 마리라도 건지려고 이렇게 물을 붓는다”며 “킹크랩 등 고가 물건도 있어 시가로 1000만원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다른 가게 앞은 죽은 방어들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 가게 상인은 “급하게 산소통을 연결해 수조에 산소를 넣고 있긴 한데, 그래봐야 몇 시간 버틸 뿐 결국 죽게 된다”며 “이미 죽은 고기들도 많다”고 말했다.
16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임모(42·여)씨는 “살아있는 생선·전복이 이리 많은데 어떻게 단전·단수를 하느냐. 오늘 한다고 얘기해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수협에 따르면 구시장에 상인 260여 명가량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들은 이날 조치로 장사를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수협 관계자는 “불법시장 대책위원회 대표들과 6차례 회의를 열어 신시장 일부 면적 확대를 포함한 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했는데도 입주 협상이 결렬됐다. 상인들은 시장 정상화 의지보다 현재 자리에서 장사를 지속하겠다는 욕심만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9일까지 입주 기회를 주고 있으니 불법 영업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수협의 불법 강행에 동작경찰서에 수사 요청을 한 상태다. 한국전력과 서울시에도 민원을 넣을 예정”이라고 했다. 윤 공동위원장은 “상인들은 기존 노하우를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지만 영업은 힘든 상태다.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생존권을 사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한대·김나현 기자 cho.hand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