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송은 “옥류관 만찬 자리에 있던 한 참석자의 측근” 얘기라며 홍영표의 주장에 가세했다. 이선권이 웃으면서 ‘뭘 하신 게 있다고 더 드십니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냉면 목구멍 소리를 못 들었다는 점에서 홍영표를 뒷받침하는 보도다. 하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선 더 큰 모욕감을 느낄 만한 상소리다. 방송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렇다 해도 ‘그런 일 없다’고 아예 뭉개려는 홍영표와 달리 진실의 흔적을 일부 남겼다.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가냐고 면박을 주든, 뭘 한 게 있다고 더 먹냐며 이죽거리든 이선권이 한국의 대표 기업인을 먹는 것 갖고 조롱하고 말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분명해졌다. 이선권은 한국인을 공격했다. 진실은 10월29일 국회 국정감사 때 정진석 의원이 묻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시인해 회의록에 명기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만한 게 없다.
‘냉면 목구멍’ 발언 한국인에 대한 공격
일개 망동분자가 남북관계 망치고 있어
이선권 사태를 남북관계로 벼락출세해 눈에 뵈는 게 없는 일개 망동가의 언행으로만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심리 밑바탕에 ‘우리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까불지 마라. 너희들은 그저 갖다 바치기나 하라’는 북한 지도부의 인식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응당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다. 연내 한국을 방문해야 할 김정은도 이선권 때문에 차가워진 남쪽 여론을 무시하다 낭패할 수 있다. 김정은이 한국을 조공국쯤으로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이선권을 당장 잘라야 한다. 김정은이 거부하면 한국 정부는 이선권을 기피 인물로 지정해 일절 상대하지 않는 게 정상국가의 수순이다. 아무리 평화가 중요하다 한들 한국인을 노골적으로 경멸하고 공격하는 것까지 모른 체해선 곤란하다. 우리가 돈이 없나 군사가 없나 자존심이 없나.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