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들과 만난 고노 외상은 먼저 "최근(지난달) 덴마크에서 열린 P4G(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을 걸어주셨다. '파트너 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건으로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어 고맙다'는 (문 대통령의)발언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양국이 지혜 함께 짜내자"는 한국에 대해
日정부ㆍ기업이 배상할 일 없다고 못 박아
"법적 전제 무너뜨려선 미래지향 불가능"
신일철주금 "2019년 실적 예상에 고려 안해"
그러면서 "(한국정부가)이 문제에 확실하게 대응해 양국이 전향적으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정부 안에서 확실히 협의해 달라'는 이날 고노 외상의 발언은 “100% 한국 측에 책임을 두고 (해결책을) 생각할 문제다. 그런 자세로 한국과 협상하겠다”는 전날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 말은 한국 정부에서 "(한국과 일본이)서로 함께 지혜를 짜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마이니치 신문은 보도했다.
실제로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대법원의 판결 직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판결이 한ㆍ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성을 일본 측에 전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에 무언가의 조치를 요구해 오지 않도록 미리 방어막을 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선 '일본 기업들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내는 대신 65년 협정으로 경제협력금을 받은 한국 기업과 한국 정부, 일본 기업과 정부 등 4자가 함께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이 비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노 외상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로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번 판결의 피고였던 신일철주금의 미야모토 쓰네오(宮本常夫) 부사장은 2일 이번 판결에 대해 "65년 협정과 일본 정부의 견해,일본의 판결에 반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며 “양국 정부 간 협상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3월까지의 1년(2019년 회계연도) 실적 예상에 (재판 결과에 따름 배상액 등을)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