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연평도 해병대 관측소(OP)에서 본 북녘 땅에는 그의 우려처럼 여전히 해안포 하나가 열려 있었다. OP 기준 북측 12시 방향으로 12㎞ 떨어진 개머리 지역 해안포다. 이 지역 4개 포대 중 육안으로 포문이 폐쇄된 것은 1개였다. 나머지 2개는 수풀에 가려져 있고 1개는 열려 있었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뿐 아니라 백령도 등 우리가 확인 가능한 북측 동·서해 해안포에 대해 모두 포문 폐쇄를 확인했지만 해당 포문 1개소는 계속 개방돼 있다”며 “지난달 25일부터 열려 있더니 0시 이후에도 개방된 포문 쪽에서 병력 활동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 당국이 북한에 이에 관련된 통지문을 보냈다”며 “상부에 보고해서 조치하겠다는 북측 회신이 왔다”고 말했다.
개머리 지역은 북한이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장사포를 발사했던 곳이다. 2016년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시찰했던 전략적 요충지다. 군 당국은 이곳 포문이 닫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장 또는 정비 불량 등 우발적 요소를 예상하고 있지만, 엄격히 보면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한다. 연평도에서 12시 방향으로 7㎞ 떨어진 북측 장재도에서도 2개의 포문이 열려있는 게 확인됐다. 군은 이를 놓고 “실제 포문이 아닌 모의진지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도 역시 김 위원장이 지난해를 포함해 모두 4차례 다녀간 곳이다. 군 안팎에선 군사적 긴장완화 이행 과정에서 북한과 더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측의 경우 연평도 포문 폐쇄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군은 밝혔다. 상시 열려 있던 10개의 해안포 포문을 닫았고, 해군 고속정의 40㎜ 함포에는 흰색 덮개를 씌웠다.
서북도서 적대행위 중단 첫날
육안으로 확인한 북 4개 포대 중
포문 1개 닫혔고 2개는 안 보여
남측은 해안포 포문 모두 폐쇄
해병대, 비사격훈련·경계 강화
박한기 합참의장과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도 이날 연평도를 찾아 군사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박 의장은 “군사대비 태세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9·19 합의 사안들을 군이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잘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적대행위 중지와 관련 “남북 간 수차례 교전이 발생한 서해 완충 구역에서 양측이 함포와 해안포의 포구·포신에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을 폐쇄함으로써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현저히 낮춘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