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연구의 지도자로 불렸던 로즈 교수의 연구실을 맡아 ‘플라스마 난류(Plasma Turbulence) 연구’라는 분야를 개척하자는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플라스마 난류는 핵융합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고온의 플라스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둬야 한다. 이때 플라스마 중심부는 섭씨 1억 도지만 가장자리는 1000도에 불과해 전체가 불안정하다. 핵융합을 위해선 불안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플라스마는 안정 상태가 되고자 난류를 일으킨다. 난류 억제는 핵융합 효율을 높이는 열쇠다.
로즈 교수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42~45년 포병 장교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종전 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공업 물리학을 전공했다. 50년 MIT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벨연구소에서 일하다 58년 MIT에 합류했다. 더구나 MIT는 응용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이 아닌가. 이런 MIT의 교수로서 로즈 박사와 함께 연구·교육 경험을 쌓으면 훗날 조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제안을 흔쾌히 승낙하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처 케임브리지로 향했다. MIT와 하버드대가 함께 있는 도시다.
사실 내가 MIT로 향한 배경에는 또 다른 공부 욕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다닐 때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에 원서를 내고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하지만 장학금을 얻지 못해 단념하고 미시간주립대 장학생으로 물리학을 공부하러 떠났다. MIT 교수로 일하다 보면 근처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도 올 것 같았다. 세계적인 공공정책 대학원인 이 학교는 66년 명칭을 존 F. 케네디(1917~63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하버드 케네디 스쿨’로 바꿨다.
정근모, 과학기술이 밥이다 - 제131화(7575)
<27>프린스턴에서 MIT로
프린스턴 핵융합 경험으로 MIT행
핵융합 난제 ‘플라스마 난류’ 연구
MIT 같은 도시에 있는 하버드서
행정대학원 강의 듣겠다는 꿈도
안락함 대신 도전하는 삶 선택해
비전 있는 삶이지만 가족엔 미안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