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이는 믿지 않겠다는 것. 과거의 지식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것이 과학이다. 과학을 안다는 것은 학습을 넘어, 엄밀하고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다는 의미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사회적 변화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준다” 며 “그러나 그간 과학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온 것을 안다면, 앞으로의 일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사과학이 조성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준비하는 자세로 미래 사회에 적응하도록 과학이 사람들을 돕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관장은 “1811년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실업과 생활고의 원인을 기계 탓으로 여기고, 기계 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오늘날 기계는 사람들과 공존하게 됐듯, 4차산업혁명으로 인간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도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 가까이 체감하려면 '실패'도 조명돼야
특히 아인슈타인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만 조명돼서는 사람들이 ‘자신과는 유리된 존재’로 과학을 느끼고 멀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사무관은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다다랐지만, 그가 세웠던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 덕분에 결국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며 “실패의 사례를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과학을 가깝게 느끼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은 재미" 전문적 과학 이야기꾼, ‘페임 래버’
대학에서 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상곤(31) 씨는 한국의 1기 페임 래버다. 그는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ㆍ아프리카에 채널을 개설해, 매일 발표되는 고급 과학 논문을 쉽게 풀어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지난 6월에 처음 개설했는데 구독자가 벌써 1만 명을 넘어섰다”며 “과학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관심도 높다”고 밝혔다. 그가 매 연말 강남의 클럽 등에서 성인을 위한 과학 공연ㆍ버스킹도 하는 이유다. 이 씨는 “해외에는 과학이 음악처럼 하나의 문화로 소비되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과학문화 기반 시장이 작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 과학을 즐기고 공유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