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얻기가 이렇게 힘든데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까지 청탁받은 몇몇 ‘금수저’들이 피나는 입사 경쟁을 우회하는 특권을 누렸다. 연초에 금융감독원이 조사해 검찰에 고발한 은행권 채용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지난주 처음으로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은 26일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B국민은행 관련자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 채용 비리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한 사례는 많지 않다. 민간은행을 포함한 사기업의 채용은 그동안 기업 필요에 따른 인사관리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경영자나 인사권자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됐다. 사기업의 인사권 남용에 경종을 울린 이번 판결은 사기업 공채도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한다.
고용 한파 채용비리에 증시 불안한데
대통령은 여전히 “소득주도성장 계속”
고용시장엔 한파가 몰아치고 거시경제는 활력을 잃고 뒷걸음질 치며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리며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이 정부가 내세웠던 공정의 가치도 채용 비리에 얼룩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출입기자단 산행에서 “우리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지만 최근의 경제 상황과 채용 비리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지금 시급한 건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난 정책을 다듬는 정부의 실용적인 자세다. 청와대와 정부는 위기의식도, 잘못을 인정하고 정책을 수정하는 용기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