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역 신설로 혜택을 보는 세종시와 호남권 정치인들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주역과 오송역이 위치한 충남·북은 “정차 횟수 감소로 역 활성화에 차질을 빚는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세종 지역구 둔 이해찬 의원 공약
시 “인구 30만 넘어 … 타당성 있다”
호남 정치권서도 찬성 입장 쏟아내
“세종역 만들면 호남선도 단축” 속내
충남·북 “공주·오송역 죽는다” 반대
세종역 예정지는 지난해 4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비용편익(BC, benefit/cost)를 분석한 결과 경제성이 부족(0.59)한 것으로 나왔다. 이철구 세종시 교통정책담당 사무관은 “당시 조사결과는 세종시 출범 전인 2010년 연기군(9만명) 시절 자료를 활용하는 바람에 경제성이 낮게 나왔다”며 “올해 세종시 인구가 30만명을 넘었고 추가 정부기관 이전이 확정된 만큼 타당성 결과가 높게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내년에 1억5000만원을 들여 자체 조사를 한 뒤 2020년 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충북은 “세종역이 들어설 경우 근처에 있는 오송역이 쇠퇴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두영 KTX 세종역 백지화 범도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새 역을 짓는 것보다 오송역 복합환승센터 건립과 세종을 관통하는 충청권 광역교통망 연결을 통해 도시 접근성을 높이 게 맞다”며 “세종역 예정지는 오송역에서 22㎞, 남쪽에 있는 공주역과도 약 22㎞ 떨어져 있어 역간 거리가 짧아 고속철도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충남은 하루 승객이 500~600명에 불과한 공주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종역 논란의 중심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 세종시는 이 대표의 지역구다. 그는 2016년 총선 때 세종역 신설을 공약하고 꾸준히 이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당대표 당선 이후 세종시·충북도에서 열린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잇따라 세종역 신설 추진 의지를 밝히며 쟁점화하고 있다.
충청권에서 촉발된 세종역 문제는 최근 호남 정치권이 찬성 입장을 쏟아내면서 가열되고 있다. 세종역이 생기면 이를 지렛대 삼아 오송역을 우회하지 않는 KTX 호남선 단거리 노선을 개설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이들은 ‘호남~세종~수도권’을 잇는 KTX 호남선 단거리 노선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전북 전주병) 대표는 24일 “세종역을 포함한 KTX 호남선 단거리 노선 신설을 제안한다”며 “신규 고속철도 개통 노선에 대비하고 수혜지역 확대를 위해서는 평택~천안~세종 단거리 노선 신설이 평택~오송 노선 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과 바른미래당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 역시 세종역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기관이 모인 세종시가 행정수도 역할을 하려면 지역 갈등을 불러오지 않으면서 거주민과 공무원, 세종시를 방문하는 외부 사람들이 두루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