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미 협상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 만나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1월 1일에 가까운 1월 초가 중간선거 이후 준비과정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연내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미국은 종전선언을 (비핵화 합의의) 큰 그림의 일부로 말해왔고 옛날에는 핵 신고서와 연계해 얘기가 나왔다”며 “실무협상 과정에서 구체화할 것이며 종전선언도 협상 대상이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풍계리ㆍ동창리 및 영변 사찰ㆍ폐기 등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협상 카드로 종전선언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고위 관계자 23일 "김 위원장 지시니 연락할 것,
실무협상서 얘기만 되면 연내 종전선언도 가능"
"미국도 북 고위급 회담 대표로 누가 올지 몰라,
김여정, 당장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보고 협상을 하려고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00년 조명록 부위원장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지만 다 뒤집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 국내 정치 상황에 관심이 많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위해 방미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도 누가 올지 확인을 못 하는 것 같다”며 “김 부부장이 폼페이오 장관 4차 방북 때 김영철 부위원장이 영빈관에 와 있는데도 협상 테이블에 앉는 등 체제 특수성으로 재주 있는 일가가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당장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 의전을 책임지고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도 수행했지만 2차 정상회담의 준비 협상 대표로서 미국까지 오는 모험을 감행할지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다른 상황 변화는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이 아니라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7일 4차 방북을 기점으로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선전 매체들이 일제히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최선희 부상이 중국·러시아를 방문해 제재 완화 분위기 조성에 나선 상황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은 물론 북한보다도 종전선언을 더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지금 집중하는 유일한 방향은 동결 대 동결과 제재 완화 요구"라고 지적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하버드대 토론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협상 전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협상에 들어가야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 또는 핵폐기에 진지한지를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