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상은 얼마 전 바티칸으로 건너갔습니다.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자리에서 선물로 전달됐습니다. 그동안 뒷모습만 공개돼 저처럼 소녀의 얼굴이 궁금했을 분들 계실 겁니다.
의외의 곳에도 한 점 있습니다. 서울 길상사입니다. 입구의 관음보살상이 최종태의 다른 성모상들과 자매처럼 닮았습니다. 딱히 불교 미술의 전통을 따르지 않았지만, 절에 서 있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석조관음상입니다. 이 독실한 가톨릭 조각가는 “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 있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다”고 절에 관음상을 세운 이유를 설명합니다.
학창 시절 불경을 공부했지만, 대학 졸업 후 고향에서 세례를 받은 최종태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보고 여인상에 본격적으로 매진합니다. 그렇게 경계를 넘나든 그는 “예술도 종교도 다 한 덩어리, 다 합쳐졌다”고 말합니다. 길상사 관음상이 절과 성당 담장을 넘나들었듯, 바티칸에 간 한국 성모상의 염원도 ‘침묵의 교회’ 북한에 전해지길 바랍니다.
해방 직후 북한의 천주교 신자는 5만 500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일부가 ‘지하 교인’으로 남아 있으리라 추정됩니다. 성당도 1988년 건립한 평양 장충성당이 유일한데, ‘대외용’으로 필요할 때 가까이 사는 주민들을 동원해 종교 행사를 치릅니다. 북한 당국은 이들 ‘가짜 신도’들이 점차 자발적으로 성당에 나오는 것을 보며 ‘종교의 무서움’을 깨달았다고 합니다(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사제 하나 없이 평신도들이 70년 가까이 숨어 기도하는 그곳에도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가 당도하길 바랍니다.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