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우리는 협정을 파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위반해왔다"며 "미국은 러시아가 핵 합의를 위반하고 우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무기를 만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합의 위반” … 중국도 겨냥
미·중·러 핵개발 경쟁 가속화 우려
그러나 이후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도 2000년대 들어 유럽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서로 "상대방이 약속을 어겼다"며 논쟁을 벌인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SSC-8(9M729 시스템)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를 강하게 비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파기를 결심한 또 하나의 배경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다.
조약 조인국이 아니니 중국이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먼저 협정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간 핵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신냉전'에 대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로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등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마찰이 더욱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