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고 1주기…"리프트 대신 승강기 설치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8.10.19 14:37

수정 2018.10.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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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신길역 환승통로에서 열린 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사고 1주기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1·5호선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에서 추락했다가 숨진 고(故) 한경덕 씨의 사고 1주기 추모제가 19일 신길역에서 진행됐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오전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한씨를 추모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20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5호선 방향으로 내려가려다가 계단으로 떨어져 크게 다쳤고, 98일간 투병한 끝에 올해 1월25일 숨졌다.
 
계단 앞에는 '추락참사 1주기 추모제'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흰국화를 헌화할 수 있도록 검은 천을 덮은 단상이 마련됐다. 단상에는 영정 대신 '살인리프트 희생자'라고 적힌 그림이 놓여 추모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9일 서울 신길역 환승통로에서 열린 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사고 1주기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장차연은 "지체장애 1급인 한씨는 운동기능을 상실한 왼팔 대신 오른팔로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참변을 당했다"면서 "추락 참사가 일어난 지 300여일 만인 올해 9월에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사과를 받아냈지만 반쪽 사과에 불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서울시는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계획했으나, 서울교통공사는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마천·까치산·종로3가·구산·새절·대흥·수락산·청담·고속터미널·복정 등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이들이 엘레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데는 안전상의 이유가 가장 크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리프트 이용 시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탈 수 있지만, 엘레베이터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서다.
 
추모제에 참가한 휠체어 장애인들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위험한 리프트는 모두 철거해야 한다"며 "지하철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김성연 장차연 사무국장은 "한씨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함께, 장차연에서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제기한 차별규제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라면서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서 아무도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게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서울 신길역 환승통로에서 열린 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사고 1주기 추모제를 찾은 장애인 참석자가 리프트 고장으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가자들은 추모제가 끝나고 한씨가 사고를 당했던 리프트에 '살인기계 리프트 철거하라',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지하철 이용 안전대책 마련하라' 등을 쓴 종이를 붙이기도 했다. 


장은희 기자 jang.eunhe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