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워싱턴 DC에만 8곳이고, 미국 전역에는 3000여 곳이나 된다. 채식 햄버거 생산업체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가 출시한 임파서블 버거는 미국 대형 식품유통업체와 계약해 유명 레스토랑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할리우드 스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투자해 화제가 됐던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미국에서만 1100만 개 이상 팔렸다고 한다. 앞으로 맛·식감·가격의 미묘한 차이는 점점 사라질 것이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의 숫자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식물로 만든 ‘패티 햄버거’ 시판 중
인조고기는 미래 단백질 공급원
물·사료·토지와 온실가스 줄여줘
한국도 미래 단백질 공급 고민해야
특히 배양육은 연구·개발 중인 분야라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 있다. 배양육이란 살아있는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양분을 제공하고 적절한 조건에서 배양해 얻어낸 고기다. 햄버거 패티를 예로 든 식물성 단백질과는 그 원천과 생성 방법에 차이가 있다.
비용뿐만 아니라 배양육의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실제 고기와 비교했을 때 맛과 식감에 차이가 있어 사실감이 아직은 결여돼 있다. 또한 가공물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과 이물질 오염 우려, 부자연스러움과 신뢰성의 결여 등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세계 도처에서 이미 배양육 개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멤피스 미트(Memphis Meat)’는 2015년에 세계 최초로 배양육 미트볼을 선보였고 배양육 개발에 17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스라엘의 수퍼 미트는 닭고기 배양육 개발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우주선의 장기 식품 개선책을 마련하고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배양육을 연구하고 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세계 유수 기업인과 기업이 배양육 시장에 뛰어드는 등 관심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이내에 배양육의 생산과 공급이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50년 미래보고서는 세계 인구가 96억 명으로 늘어나 육류를 비롯한 단백질 수요가 지금보다 7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1kg을 얻으려면 약 15t의 물과 사료 3~7kg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육에 필요한 토지와 각종 오·폐수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FAO는 축산 부문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4.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혁신이 필요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를 위해 나라 밖에서는 급박하게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배양육이 기존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준비가 아주 미흡한 실정이다. 기존 축산업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미래 단백질 수요에 대응해 부족한 단백질 일부를 대체 축산물로 전환해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기존 산업과의 관계, 생명 윤리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농업인뿐 아니라 산·학·연이 협력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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