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장 막는 ‘붉은 깃발’ 조례 ①
쉽게 허가가 날 줄 알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여객운수사업법 규정을 들어 거절했다. 무료로 운행하더라도 해당 업체가 광고 효과 등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이 금하고 있는 ‘무허가 차량을 이용한 영업행위’로 본 것이다.
기업 활동 옥죄는 ‘탁상 행정’
오토바이로 취급해 주행 제한
미래차 성장동력 키우는 데 제약
스타트업 통근·홍보 겸용 버스
‘영업행위’ 이유로 운행 막혀
일선 공무원들의 ‘탁상 규제’가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규를 폭넓게 해석하면 허용될 여지도 충분하지만 ‘안 되는 이유’부터 찾으려는 관료들의 ‘보신주의’ 탓이다.
소규모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를 설계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도 있다. 섬유·조미료·화장품 첨가제 등을 생산하는 중소 화학업계에 대기업과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는 화학물질평가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매년 1t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 물질에 대해 안전성 평가를 의무화한 이 규제는 재무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법안이 됐다.
공무원들의 ‘탁상 규제’를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규제 엥겔지수’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기업이 규제로 인해 지출하는 비용을 기업의 매출액 등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얼마나 많은 규제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영재 코이스라시드파트너스 대표는 “규제를 감당할 능력만큼 규제를 가하자는 취지”라며 “중소기업의 규제 부담을 숫자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관리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시행 중인 ‘규제 비용 총량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과거 규제를 없애자는 게 핵심이다. 영국은 2016년 규제 하나를 만들면 기존 규제 3개를 없애는 ‘원 인, 스리 아웃’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하나의 규제를 만들면 기존 규제 둘을 없애는 ‘투 포 원 룰’을 만들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그 결과 미국은 지난해 3개의 새로운 규제를 입법했고 67건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5억7000만 달러(64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