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스리랑카 검찰이 1998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 주범인 K(51)를 한국 정부 요청으로 스리랑카 콜롬보 고등법원에 성추행죄로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기소는 스리랑카 내 공소시효 만료 4일 전인 지난 12일 이뤄졌다.
스리랑카에서는 살인·반역죄 외 범죄 공소시효 20년
공소시효 만료 4일 남기고 현지 검찰이 기소
증거 부족 이유로 강간 아닌 성추행 혐의 적용
국내선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강간죄 공소시효 5년이 2003년에, 특수강간죄 공소시효 10년이 2008년에 각각 지난 데 따라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를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1심은 K가 사망한 대학생 가방 속 금품 등을 훔쳤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내 스리랑카인을 전수 조사한 끝에 K씨의 공범으로부터 범행을 전해 들었다는 증인을 발견해 법정에 세웠지만 2심은 성폭행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증인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017년 2년여의 심리 끝에 지난 2심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K는 2013년 다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와 2008∼2009년 무면허 운전을 한 별도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집행유예가 확정된 외국인은 국내에서 추방된다.
스리랑카로 돌아간 K의 처벌 방안을 고민하던 법무부는 2017년 8월 대구지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현지 법령으로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스리랑카 당국에 K의 강간 혐의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요청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살인·반역죄 외에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가 20년이다. 다만 스리랑카 검찰은 K의 DNA가 피해자의 몸이 아닌 속옷에서 발견됐고, 강압적 성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추가 증거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성추행죄로 기소했다.
법무부 검찰국 국제형사과 구승모 부장검사는 “스리랑카는 한국과 형사사법공조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거절할 수 있었다”며 “검사장이 팀장을 맡은 전담팀을 구성해 스리랑카를 2번 찾아가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증거서류 번역본 제출하는 과정 끝에 기소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아버지인 정현조(71)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일이 먼저 하늘로 간 딸 기일”이라며 “범인이 제대로 된 수사를 받아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