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오전 9시20분쯤 출석한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오전 1시쯤까지 강도 높은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 임 전 차장은 약 4시간 동안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한 뒤 오전 5시쯤 조사실에서 나왔다.
변호인과 함께 지친 표정으로 중앙지검 현관에 나온 임 전 차장은 취재진에게 ‘장시간 조사받은 심경이 어떠하냐’, ‘혐의를 모두 부인했느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인정했느냐’, ‘판사 사찰 부분에 대해 어떤 주장을 했나’ 등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대기하던 은색 그랜저 차량에 올랐다.
이날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판사를 뒷조사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주로 캐물었다. 그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이나 진술을 두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출석 포토라인에서도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며 사실상 검찰과 다투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조만간 그를 추가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을 통해 윗선 개입 여부가 드러난다면 향후 차한성ㆍ박병대ㆍ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2012년 8월~2015년 8월 기획조정실장, 이후 2017년 3월까지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농단 의혹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거의 모든 의혹에서 실무 책임자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각종 재판과 소송의 결론을 박근혜 정부 의중에 맞게 유도했다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 임 전 차장이 청와대와 각 정부부처를 드나들며 중간과정을 조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