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월평균 농도는 ㎥당 9.6㎍(마이크로그램)이었다. 2014년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월평균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미세먼지(PM10) 월평균치는 20㎍/㎥였는데, 이 역시 1995년 측정 이래 가장 낮았다.
88년 올림픽 전에도 자동차 매연과 연탄 난방 탓에 서울 공기가 지금보다 훨씬 탁했던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30년 만에 가장 맑은 셈이다. 가시거리 측정치로 미뤄보면 도시화·산업화가 본격화하기 전인 60년대 이후 50년 만에 가장 맑은 것일 수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9월에는 초미세먼지 전국 평균치 역시 12㎍으로 낮았다”며 “평소보다 동풍이 많이 불었고, 높은 고도까지 넓은 공간에서 오염물질 혼합이 잘 이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쪽 중국의 대기오염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도 이유다. 지난해까지 9월에도 50㎍ 수준이던 베이징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달에는 30㎍으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연간 권고치는 각각 10㎍과 20㎍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공기가 지난달 수준을 1년 내내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한 달 맑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이유다. 불과 6개월 전 3월만 해도 서울의 초미세먼지가 100㎍을 초과해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비상 저감 조치가 발령됐다. 서울의 올 1~9월 평균은 23㎍이다.
9월 하늘은 우리에게 어떤 게 ‘정상’인가를 느끼게 해줬다. 또한, 미세먼지 줄이기에 대충대충, 시늉만 내듯 참여해서는 파란 하늘을 유지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찬란한 경고’였다. 아울러 다가오는 겨울과 봄에, 그리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노력하라는 채찍질이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