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에 작고 흰 꽃이 앙증스럽다. 기생꽃이란 이름도 조선시대 기생 황진이도 울고 갈 정도로 예쁘다고 해서 붙여졌다.
하지만 이 기생꽃이 유전적 다양성 부족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한반도 내에서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원효식 대구대 생명과학과 교수팀과 함께 2016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기생꽃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 설악산·오대산·태백산·지리산·대암산과 일본·중국·몽골 등에 분포하는 기생꽃 총 13개 집단의 126개체(포기)에 대해 서식지 현황을 조사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리산과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의 집단을 제외하면 국내 나머지 집단은 집단 내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복제 개체군(clone, 클론)에 가깝다고 밝혔다.
기생꽃의 경우 열매도 맺지만, 땅속줄기를 통해 빈번히 무성생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속줄기가 끊어질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경우 겉으로는 다른 개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전적으로는 동일한 복제 개체다.
국내 자생 기생꽃은 빙하기 때 한반도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다가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일부 고산지역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집단이 축소되고 고립되면서 유전자 다양성도 낮아진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기생꽃 분포지의 기온이 계속 오를 경우 지금 남아 있는 집단의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2002년 발표된 국제생태학회지 논문에서는 기생꽃은 여름철 최고기온이 15.6도 이하일 때만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했다.
생물자원관은 멸종 위기에 처한 기생꽃 보존을 위해 다른 개체군의 기생꽃을 도입해 유전적 건강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다른 집단의 개체를 도입할 경우 집단 전체의 적응도가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다.
기존 서식지 환경에 대한 적응도가 떨어지는 개체를 도입, 교배했을 경우 개체군 전체의 적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