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9월 8일 트윗이다. '무역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아이폰 값이 오를 것'이라는 애플의 주장에 트럼프의 답은 간단했다.
그럼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라!
무역전쟁 나선 트럼프 속내
"글로벌 밸류 체인서 중국 배제'
중국 '홍색공급망' 끊어질 위기
국내 기업에는 기회될 수도
「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기간과 백악관 초기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스티브 배논(Steve Bannon)이 한 말이다. "서플라이 체인에서 중국을 몰아내는 게 이번 트럼프 무역전쟁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핵심을 찔렀다. 트럼프는 "중국에서는 생산하지도 말고, 중국 기업과는 기술 협력도 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다. 애플이 그 함정에 빠졌다. 아직 아이폰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애플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Trump's focus is shifting the supply chains out of China"
」애플의 고민이 무엇인지는 아래 표를 보면 금방 나온다(듀크 글로벌 센터와 산업연구원이 함께 만든 'Korea and the Electronics GVC'라는 보고서에서 따왔다).
아이폰의 최대 경쟁상품은 삼성 갤럭시다. 갤럭시의 글로벌 생산 거점은 흩어져 있다.
당연하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0%대에 머물러 있다. 갤럭시가 특별히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중국 로컬 폰의 추격이 빨랐고, 노트7 발화 때 이미지가 추락한 게 직접적인 이유였다. 1억대 생산 캐파는 중국 시장점유율이 20%대에 달했을 때의 얘기다. 높아져가는 인건비, 시장 축소, 게다가 '사드'라는 정치 리스크까지, 삼성은 더이상 중국에 공장을 둘 이유가 없다.
행(幸)인지, 불행인지 어쨌든 트럼프가 "중국에서 나오라"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의 GVC에서 중국은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사례는 이번 무역전쟁이 우리에게 반드시 위기 요인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삼성폰은 이번 무역전쟁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트럼프가 GVC에서 중국을 몰아낸다면, 분명 기존 공급 사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내 경쟁회사에, 내 경쟁 상품에 그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내겐 호재가 될 수 있다.
결국 GVC다.
무역전쟁은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확고하다. 중국으로서는 적당히 타협하고 우아하게 퇴각하고 싶지만, 트럼프가 버티고 있으니 방법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다.
시진핑의 선택은 뭘까?
그가 최근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의 한 장비 제조업 회사를 방문했다. 거기서 한 말은 이랬다.
国际上,先进技术、关键技术越来越难以获得,单边主义、贸易保护主义上升,逼着我们走自力更生的道路,这不是坏事,中国最终还是要靠自己.
자력갱생(自力更生). 마오쩌둥 시기 정치 슬로건이 다시 등장했다. 트럼프의 GVC 퇴출 압력에 시진핑은 '내 스스로 살아가겠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무슨 얘기일까?
홍색공급망 Red Supply Chain
체인은 연결 고리가 강력해야 한다. 허술하면 다 끊긴다. 그런데 'GVC에서 중국을 내쫓겠다'는 트럼프의 공격으로 체인의 고리가 풀릴 수 있는 요인이 생겼다. GVC도 그렇고, 홍색공급망도 그렇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과의 기술협력 고리(GVC)가 끊어질 경우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트럼프의 공세로 홍색공급망에 구멍이 생기면 누군가 채워야 한다.
「
섣불리 '그렇다'라고 답할 수는 없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우리의 대중 수출에도 분명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로 인해 중국 내수 시장이 위축된다면 수출은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상황은 아니다. 아이폰이 타격을 받으면 갤럭시가 어부지리를 얻어낼 수 있다. 중국의 퇴출로 생긴 홍색공급망의 구멍을 우리가 채울 수도 있다. 이번 무역전쟁이 오히려 최악의 상황으로 몰린 한국-중국의 경제협력 구조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혹 여기에 우리의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거듭 말하지만 핵심은 서플라이 체인이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GVC나 홍생공급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를 면밀히 연구하고, 대응해야 한다. 기존의 생산 네트워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체인 고리가 느슨해졌거나, 구멍이 생겼다면 내가 뛰어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관찰하고, 더 연구해야 할 일이다.
역대 모든 전쟁이 그랬듯, 이번 무역전쟁 역시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차이나랩 한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