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미국 음악계의 대표적인 ‘앙숙’으로 꼽힙니다. 2009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VMA) 시상식에서 웨스트가 스위프트를 망신 주며 맺은 ‘악연’을 끈질기게 이어오고 있죠.(자세한 내용은 뒤에 소개합니다) 이런 두 사람이 오는 11월 6일 열리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격돌했다는 뉴스가 최근 미국 언론을 달구고 있습니다. 웨스트는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을, 스위프트는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다시 대결 구도를 형성한 겁니다.
美 중간선거 앞두고 다시 격돌한 ‘앙숙’
그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많은 백인들은 (흑인인) 내게 어떻게 인종차별주의자인 트럼프를 좋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내가 인종차별에 신경을 썼다면, 진작에 미국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면서 스위프트는 “테네시주 상원의원에는 필 브레드슨 후보를, 하원의원에는 짐 쿠퍼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자신이 투표할 민주당 후보를 콕 집어 공개했죠.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다들 유권자 등록을 하시라”고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 1억1200만 명, 트위터 8400만 명의 팔로워를 둔 SNS스타이기도 하죠.
“축하해, 하지만 비욘세가 최고야”
이번 ‘스위프트 vs 웨스트’의 정치 싸움이 유별난 관심을 끈 것은, 이들이 수년 간에 걸쳐 정치와는 상관없는 ‘난투’를 벌였던 앙숙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스위프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던 중 벌어졌죠. 카니예 웨스트가 갑자기 무대로 올라와 스위프트의 마이크를 빼앗고는 “내가 끝내 줄께(Imma let you finish)”라며 이렇게 소리친 거죠. “축하해. 하지만 비욘세의 뮤직비디오가 최고야! 비욘세는 항상 최고야!!” 화면에는 당황한 비욘세의 모습이 등장했고, 스위프트는 눈물을 흘리며 무대를 떠났습니다.
해프닝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웨스트는 이후 여러 방송에서 사과하고 테일러에게 꽃다발을 보내기도 했지만, 또 다른 방송에서는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과한 것”이라며 스위프트의 속을 긁습니다. 2010년 스위프트는 ‘이노센트(Innocent)’라는 곡에서 웨스트를 겨냥한 가사를 쓰죠. “괜찮아, 삶은 힘든 거니까. 32살,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어.” 보듬는 것 같기도, 비꼬는 것 같기도 한 내용입니다.
이후 웨스트의 부인인 모델 킴 카사디안이 참전합니다. 이 곡이 발표되기 전 스위프트가 가사 내용에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스위프트의 긍정적인 반응이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스위프트에 대한 여론은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카사디안은 SNS에 스위프트를 ‘뱀’으로 묘사한 글을 올리고, 스위프트는 다시 웨스트를 공격하는 가사를 쓰고, 그렇게 진흙탕 싸움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중간 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적인 발언으로 다시 맞붙은 겁니다.
“스위프트에 대한 호감도가 25%쯤 떨어졌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가디언지는 9일 “이번엔 스위프트가 기세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중간 선거 유권자 등록 사이트(Vote.org) 대변인 카마리 구스리에에 따르면, 스위프트가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유권자 등록을 호소한 후, 테네시주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유권자 등록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스위프트의 지역구인 테네시주의 상원의원 선거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박빙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측되는 곳이라 ‘스위프트 효과’가 판세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테네시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선거인단 16명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