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슬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탄소배출권 시장은 거래량 부족과 급변동하는 가격이 문제점”이라며 “석유화학·금속 업계는 만성적인 배출권 부족을 호소하지만, 배출권이 남는 곳들은 향후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해 남는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 왜곡
석유화학·금속업계 배출권 부족
일부 기업은 가격 오르자 쟁여놔
“정부, 기업 배출권 할당 정책 번복”
시장 불신 커져 수급 조절 어려워
특히 이 시장에는 강남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이는 다주택자처럼 대량으로 탄소배출권을 사들이는 ‘큰 손’도 시장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전력 자회사들은 모기업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대량으로 탄소배출권을 사들이고, 배출권 물량 부족을 우려한 다른 대기업들도 배출권 ‘사재기’에 가세하면서 가격 급등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배출권 예비분을 풀었지만, 가격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까지 더해져 배출권 시장에 대한 참여자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 전이라도 기업이 감축한 온실가스가 있다면, 이를 전량 배출권 할당량을 산정할 때 인정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정산할 땐 절반만 인정하기로 말을 바꿨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열 때 정부가 배출권 가격이 1만원 이상을 넘지 않도록 개입하겠다고 했으나, 가격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이런 업계 인식과는 전혀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일 환경부 기후전력과 사무관은 “배출권 거래제 시행 전의 기업 감축분을 전량 인정해 준다는 건 산업계의 희망 사항에 가까웠다”며 “정부는 관련 법규에 따라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도만 인정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정환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배출권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2만2000원 선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배출권 할당량도 연초부터 업종별 간담회와 설명회·공청회 등을 거쳐 산업계 대부분의 의견을 모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김도년·김민중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