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쉽지 않은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는 태극마크를 단 첫 K3리그(4부리그) 출신 선수다. 과거 한교원(전북) 등 몇몇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병역 해결을 위해 K3리그 소속 방위산업체 팀에 입단한 적은 있다. 하지만 K3리그에서 출발해 대표팀에 발탁된 건 그가 유일하다.
생애 처음 대표팀 뽑힌 중앙수비수
방출 → 4부 → 입단테스트 → 2부 → 1부
12일 우루과이 평가전 출전 가능성
박지수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팀인 대건고를 2013년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도전했지만,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이듬해 방출됐다. 오라는 팀이 없어 좌절했다가 지인의 소개로 K3리그 의정부FC를 찾아갔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던 그에게 의정부FC를 운영하는 김희태 KHT축구센터장이 “재능이 보인다. 독하게 마음먹고 견디라”고 독려했다. 김 센터장은 안정환·박지성·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을 길러낸 한국 축구의 ‘보석 감별사’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힘을 냈다. ‘돈을 벌어 아버지 병을 고쳐드리겠다’던 어린 시절 다짐을 되새겼다. 1년간 죽기 살기로 노력했고, 테스트를 거쳐 당시 K리그2(2부리그) 소속이던 경남FC에 입단했다.
침착한 볼 처리와 근성을 인정받아 주전으로 도약한 박지수는 지난해 경남의 K리그1 승격에 공을 세웠다. 베스트 수비수로도 뽑혔다. 경남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2위까지 올랐고, 그 역시 주목을 받았다. 스피드와 지구력이 좋은 그는 벤투 감독의 눈에 들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기술 축구를 지향하는 벤투 감독은 대표선수 발탁 기준으로 ▶골 결정력 ▶드리블 능력 ▶순간 대처 능력을 꼽는다. 박지수는 수비수이면서도 세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후방부터 만들어가는 ‘빌드업 축구’에 능하고, 침착성과 판단력도 갖췄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스피드와 공중볼 장악 능력은 수준급이다. 이번에 대표팀에 들어가 경험을 하면 더욱 성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8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한 박지수는 “K3리그에는 예전의 나처럼 힘든 시기를 겪는 선수가 많다”며 “그들에게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나와 같은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속팀) 형들이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를 만나면 깨물어 버리라고 했다. 수아레스는 (이번에 못 오는 게) 다행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 뒤 “팬들에게 내 얼굴과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