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 연휴였던 지난 3일 베이징 스마오톈제(世貿天階)의 샤오미홈(小米之家)에 들어선 한국 관광객 이종민(23)씨는 일본 100엔 숍 다이소를 떠올렸다. 매장에 스마트폰·TV 등 전자제품은 물론 안경테·선글라스·타월·여행 가방 등 온갖 생활용품이 가득해서다. 이씨는 “친구들이 직구한 휴대전화, 손목밴드를 보고 호기심에 왔다”며 “가성비가 좋아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만족해했다.
휴대폰·생활용품 가성비 뛰어나
‘IT계 무인양품’ … 인터넷 서비스도
신흥시장 공략, 글로벌 매출 급성장
실제 샤오미는 지난 1일 우한(武漢)에 샤오미홈 500호점을 개장하며 신소매 기업으로 변신에 치중했다. ‘미홈(米家)’ 브랜드의 생활용품 등 700종을 전시 판매한다.
‘대륙의 진화’를 선도하는 기업 샤오미는 ‘철인 삼각’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 스마트폰, IoT 및 생활소비재, 인터넷 서비스 삼두마차를 일컫는다. 레이 회장은 창업 8년 만에 홍콩 증시에 상장을 신청하며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닌 혁신 주도형 인터넷 기업”이라며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애플과 텅쉰(騰迅·텐센트)의 곱”이라고 자신했다. 상장 성공 후 기자회견에서는 “상장은 샤오미 스토리의 제1장을 마무리했을 뿐”이라며 “2장은 더 화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격의 무기는 포코폰 F1이다. 한국 얼리어댑터 사이에서 가성비 끝판왕이란 의미의 ‘갓성비폰’으로 불리는 괴물 폰이다. 갤럭시 S9과 같은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845 칩에 4000mAh 배터리, 소니 최신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고도 64기가 모델을 2만999루피(한화 32만원)에 판매한다.
가성비는 샤오미의 정체성이다. 레이 회장은 샤오미의 철학은 “고객 감동, 후한 가격(感動人心 價格厚道)” 8글자라고 말한다. 그는 “우수한 기업이 버는 것은 이윤, 탁월한 기업이 얻는 것은 인심”이라고 주장한다. 상장신청서에서 “2018년부터 샤오미는 매년 전체 하드웨어 부문 수익률을 5%를 넘기지 않겠다. 만일 넘길 경우 고객에게 반납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콩 증권거래소가 경영권 보장을 위해 샤오미에 차등의결권을 인정한 것도 가성비 경영이 기반이 됐다. 2011년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 600달러 시절 300달러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로 철저한 경영 효율을 내세운다.
물론 리스크도 적지 않다. 1분기 출하량이 8% 감소해 레드오션을 뒤바뀐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샤오미의 최대 위험 요소다. 여전히 휴대폰에 편중된 매출 구조도 문제다. 류타오(劉濤) 자오퉁(交通)대 부교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꿈꾸지만, 샤오미는 여전히 하드웨어 매출 위주의 IT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샤오미의 진화는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에서 방황하다 중국 시장에서 사라진 한국 IT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종학 국민대 교수는 “샤오미의 가성비 경영은 한국 등 선진국 중소기업에 ‘역(逆) 모방’ 현상을 불러왔다”며 “혁신을 기반으로 산업과 경쟁의 구도를 바꿔낸 성공한 2세대 중국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3일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을 단행한 샤오미는 1980년대생 30대 경영진을 전면에 대거 발탁하며 더욱더 젊어졌다 .부문 별 신임 대표의 평균 나이는 38.5세로 내려갔다.
글·사진=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ijn@joongang.co.kr